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지난 한 달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과도한 경호 자제, 시민들과의 스킨십 강화, 4대강 재감사,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셧다운, 탈원전 정책 추진 등 숱한 정책을 쏟아냈다. 언론은 ‘파격’ ‘원칙’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들며 저마다 호평이다. 국정 지지율은 한때 90% 가까이 도달했다가 이번주 들어 70%대로 다소 밀렸다.
문재인 정부가 무엇보다 강력히 추진하는 정책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정책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에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민간 대기업의 비정규직 유지에 페널티 부과, 공공 부문 채용 확대를 위한 추경 편성, 동일 가치의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정규직의 동일 임금 법제화,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기업소득환류세제 강화 등 수두룩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라고 하는 소위 J노믹스, 국민성장론,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간이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한 수요 진작과 경기 활성화 정책이다.
그러나 공공 부문의 채용 확대와 정규직 전환은 인건비 증대는 물론 연금 적자 가중, 공기업 부실화로 결국 국가부채 증대로 이어질 위험이 적지 않다. 민간 부문의 정규직 전환 강요는 채용 축소로 이어지고 최저임금 급증은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고통이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일 분위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무리한 저소득층 소득 증대 정책이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우리 경제는 내수보다 수출에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 문제만큼 심각한 것이 기로에 놓인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이다.
기술력은 중국에 추월당하고 해운·조선·건설부터 심지어 자동차·휴대폰 등에 이르기까지 수출 주력산업의 성장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일본이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적용한 기준에 따르면 한국도 현재 제조업의 30% 정도가 과잉 업종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3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한계기업이 지난 2012년 2,794개에서 2015년 3,278개로 늘었다. 상장기업만 무려 232개로 구조조정을 검토해야 할 처지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신성장동력 육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이와 관련한 산업의 매출액 비중은 전 산업에서 1% 내외에 불과하다.
게다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올해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에게 고통의 세월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우리나라가 성장 과정에 쳐놓은 규제의 거미줄로 가득하다. 세계적인 경쟁력 평가기관은 우리나라의 경쟁력 저해 요소로 노동 시장 환경을 꼽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이번주 초에 발표한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63개 국가 중 29위였지만 노동 시장 경쟁력은 52위에 그쳤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 공공·금융·교육·노동 4대 개혁 가운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파기됐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산하의 BMI리서치도 7일 “한국의 경직된 노동 시장이 높은 청년실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연공서열 구조를 혁파하지 못하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 노동 시장의 개혁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며 강력히 비판하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소득주도 성장은 성과가 나도 단기에 그치고 노동비용 증가로 기업에는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양질의 일자리란 세금을 투입해 만들기보다 기업이 성장해야 생겨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시로 개혁과 더불어 통합을 강조해왔다. 취임 때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도 저의 국민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서했다.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파독 광부도 청계천 노동자도 모두 애국자다. 편 가르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통합 의지를 내보였다. 지금은 경제정책에서 정말로 통합이 필요한 시기다. 독일 진보 정당인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하르츠 개혁을 성공시킨 것처럼,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돼 노동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려는 것처럼 기업을 돕기 위한 노동 시장 개혁에 소매를 걷고 나서야 한다. 최소한 양극화 해소 노력만큼이라도 진행해 진정한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 hho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