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7월 자영업자 대출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한다. 가계부채와 채권시장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은이 자영업 실태까지 파악하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실태 파악을 끝낸 만큼 금리 인상 시계도 빨라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한데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8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은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자영업 대출에 대한 공동현장검사를 이달 16일 완료하고 7월 중으로 종합보고서를 금통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현황은 대략적으로 파악했기 때문에 다른 시중 대형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1,36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할 때 또 하나의 뇌관인 ‘자영업 대출’에 대한 경고를 꾸준히 해왔다. 자영업 대출은 가계대출과 사업자 대출에 걸쳐 분포해 있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대출은 480조2,000억원이다. 지난해에만 전년(7.6%)의 두 배에 달하는 13.7%(57조7,000억원)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71조5,000억원, 나머지(308조7,000억원)는 사업자 대출이다. 자영업이 휘청이면 사업자 대출에 이어 171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마저 터지는 셈이다.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취업난, 조기 퇴직 등으로 자영업자가 늘어나며 대출액은 지난 2012년 318조원에서 지난해 480조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이달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면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뛰면 폐업률이 음식과 숙박업은 10.6%, 도소매업은 7% 높아진다. 음식점업은 네 집 중 한 집(26.7%), 소매업은 다섯 곳 중 한 곳(21.6%)이 소득 하위 40%이자 유급 고용 직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다. 이들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미국이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기준 금리가 역전돼 외국인자금이 이탈할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한은도 1년간 동결해온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
금리를 올릴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1%에 달했고 수출 호조가 지속되며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 한은은 이미 4월 자본시장연구원과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영향’에 대해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여기에다 정부는 8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서민금융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민금융에 대한 안전판이 마련되면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 한은의 가계와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실태 파악에 대해 금리 인상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이번 검사를 곧바로 금리 인상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금리 방향은 물가와 금융시장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