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를 특별한 목적에 맞게 다시 꾸미거나 더욱 고급스럽게 만드는 ‘컨버전(conversion)’ 브랜드 ‘노블클라쎄’가 호화로운 리무진을 출시한다. 현대차 ‘제네시스 EQ900L’을 기본으로 만든 ‘노블클라쎄 EQ900L’이 주인공이다.
7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노블클라쎄 EQ900L을 미리 만나봤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VIP에게 안성맞춤인 차량이었다.
경기도 용인시 인근에 있는 노블클라쎄 본사에서 노블클라쎄 EQ900L을 만났다. 검정색 차체에 후드, 지붕, 트렁크 부분만 짙은 포도주색으로 투톤 처리해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노블클라쎄 EQ900L은 현대차가 만든 제네시스 EQ900L을 기본으로 만든 초대형 리무진이다. 길이 5,495mm, 폭 1,915mm, 높이 1,505mm에 휠베이스는 3,450mm에 달한다. 미니 밴인 올 뉴 카니발 9인승보다 폭은 70mm 짧지만 길이와 휠베이스는 각각 380mm, 390mm 길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노블클라쎄 관계자는 제네시스 EQ900L 자체가 워낙 잘 만들어져 있어 서스펜션, 브레이크, 파워트레인에는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EQ900L을 탔던 주요 고객들이 ‘회장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노블클라쎄 EQ900L을 이용할 주요 고객도 기업체 회장급일 가능성이 높다. 노블클라쎄 EQ900L의 진가를 느끼기 위해선 뒷좌석에 타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핑계로 노블클라쎄 관계자에게 운전을 맡겼다.
묵직한 문을 열고 노블클라쎄 EQ900L의 뒷좌석을 살펴봤다. 운전석과 뒷좌석을 분리해 놓은 파티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VIP를 타깃으로 만든 노블클라쎄 EQ900L의 가장 큰 무기다. 파티션에는 버튼 조작으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글라스를 달아놓았다. 평소 땐 보통 유리창처럼 투명해 밖을 볼 수 있지만, 방해 받고 싶지 않을 땐 버튼을 눌러 바깥 시야를 차단할 수 있다. 파티션 방음처리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운전자와 뒷좌석 탑승자가 육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인터폰 마이크를 달아놓았다. 뒷좌석에 앉은 VIP를 위해 파티션 가운데에는 스피커와 아날로그 시계, 모니터 두 개를 설치해놓았다.
자리에 앉자 안락한 시트가 포근하게 몸을 감쌌다. 노블클라쎄 EQ900L은 이탈리아 최고급 가죽 브랜드 파수비오의 가죽을 이용해 시트를 만들었다. 시트에 몸을 기대면 엉덩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어깨와 머리받침대 경사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18개 방향으로 시트를 조절할 수 있다. 노블클라쎄 EQ900L의 또 다른 주요 기능은 시트에 숨겨져 있다. ‘조수석 연동 오토폴딩 풋레스트’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트가 자동으로 침대처럼 펴진다. 이때 앞좌석 동승석 시트 등받이가 접히면서 앞으로 밀린다. 성인 남성이 두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생긴다. 파티션의 가장 큰 기능인 ‘밀폐’ 효과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조수석 등받이와 파티션은 주름막으로 연결해 감싸 놓았다.
파티션 유리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시트를 침대처럼 만들어 놓자, 노블클라쎄 EQ900L의 뒷자리가 온전한 나만의 공간으로 변했다. 시트 위치를 조절하다가 다시 처음부터 맞추고 싶어졌다. 버튼 하나를 누르자 시트는 초기 상태로 되돌아갔다.
노블클라쎄 본사 일대를 주행하는 짧은 시간 동안 졸음이 쏟아졌다. 시트가 몸을 감싸고 있어 편안했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운전석과 뒷좌석을 분리해 놓은 파티션은 소음 방지에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차 안이 무척 조용해 눈을 감고 있으면 잠들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졸음을 물리치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 뒷좌석 이곳저곳을 다시 살펴봤다. 뒷좌석은 당연히 두 개밖에 없다. 분리되어 있는 뒷좌석 사이에는 시트 위치, 공조 시스템, 듀얼모니터 조작 버튼 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탑승자가 팔을 얹으면 엄지와 검지만으로 조작할 수 있게 버튼을 배치해놓았다. 버튼은 손톱으로 긁어도 벗겨지지 않게 특수 코팅으로 처리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장치도 장착했다. 뒷좌석 위 천장에 거울이 달려 있어 탑승객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뒷좌석 양쪽 창문과 뒷유리창에는 햇빛 가리개가 붙어있다. 창문 개폐 버튼을 누르면 햇빛 가리개를 접거나 펼 수 있다. 가리개가 접힌 후 창문 개폐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유리창을 여닫을 수 있다. 문짝 손잡이 옆 ‘도어(DOOR)’ 버튼을 켜 놓으면 탑승객이 차를 탈 때 뒷자리가 살짝 뒤로 밀린다. 탑승객이 차에서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뒷좌석 편의사양만 뛰어난 게 아니었다. 동력 성능도 최고 수준이었다. 5리터짜리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425마력, 최대 토크 53kgm를 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리고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노블클라쎄 EQ900L의 기본이 된 제네시스 EQ900L은 새롭게 개발한 서스펜션을 적용해 승차감을 개선했다. 고속으로 주행할 때 안정감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주는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이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 노블클라쎄 EQ900L의 뒷좌석에 앉아보니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차가 덜컹거리지 않게 밑에서 꽉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과속방지턱을 지나간다는 느낌만 있을 뿐, 차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커브 길을 돌 때도 차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좌우 균형을 맞추면서 달렸다. 낮은 언덕을 오르거나 내리막길을 달릴 때 몸이 쏠리는 정도가 적었다. 급정거할 땐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주행 도중 갑자기 차 앞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자동 긴급 제어 시스템이 작동됐다.
편안한 승차감은 고속 주행에서 더욱 빛났다. ‘붕~’ 뜨는 느낌 없이 도로에 밀착하는 게 느껴졌다. 뒷좌석에선 엔진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 속도감을 느낄 수 없었다.
주행 중 뒷자리에 앉아 노트를 열고 차량 특징을 메모하고 있었다. 조용한 곳에서 반쯤 누워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사무실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노블클라쎄 EQ900L의 뒷좌석은 ‘회장님의 달리는 휴식 공간’이었다. 앉아 있으면 잠이 들 정도로 안락했다. 저속·고속 주행 모두에서 소음을 최대한 줄였고 몸도 쏠리지 않았다. 1억 8,370만 원(에어댐과 투톤 도장은 옵션)을 지불하면 이 같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제네시스 EQ900L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고객들은 아쉬워하지 마시기 바란다. 2,970만 원을 내면 노블클라쎄 EQ900L로 개조할 수 있는 튜닝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노블클라쎄 직원이 직접 차량 수령과 수리 후 반환을 해주는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는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