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납부된 주식인 ‘물납증권’이 금융투자협회 장외주식시장(OTC)을 통해 거래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다음달 출범할 기관투자가용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인 ‘K-OTC 프로(PRO)’를 통해 물납증권이 거래된다.
8일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입찰에 부쳤던 물납증권을 K-OTC 프로로 가져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법 개정 등의 작업이 필요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납증권은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할 여력이 없는 납세자가 주식으로 대신하는 것을 뜻한다. 납부된 물납증권은 캠코가 인터넷 공매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입찰에 부친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거듭 유찰되는 경우가 많고 결국 물납자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다시 저가로 낙찰받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런 결과 탈세나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투협은 물납증권을 K-OTC 프로에서 거래하게 되면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시장인 만큼 해당 비상장주가 수차례 유찰되며 가격이 급락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투협은 다음달 서비스를 개시하는 K-OTC 프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물납증권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OTC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각각 보유한 비상장주를 K-OTC 프로에서 매각할 예정이다.
K-OTC 프로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한 K-OTC가 부진하자 전문가(기관투자가)들의 참여로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판단 아래 출범하게 됐다. 이는 모험자본 활성화-벤처기업 자금조달 확대로 이어지는 벤처 생태계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이날 열린 K-OTC 프로 출범기념식에서 “국내 많은 벤처기업들이 투자자를 찾고 있지만 정작 기관투자가들은 해외에서 비행기·빌딩을 사러 다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K-OTC 프로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다양한 스타트업·혁신기업을 탐색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나스닥 같은 공적 자본시장보다 K-OTC 프로 같은 사적 자본시장에서 35배가량 많은 투자금을 조달한다. 반면 국내 사적 자본시장은 여전히 취약하다. 제도권의 유일한 비상장주 시장인 K-OTC 프로의 규모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등 상장주식 시장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황 회장은 “K-OTC 프로는 당분간 회비나 수수료, 기업 밸류에이션 정보, 법률자문 서비스 등도 무료”라며 “한시적이나마 공짜 점심을 마련한 만큼 모험 자본이 늘어나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