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시중(時中·그 때의 사정에 알맞음)’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리더는 세 가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리더는 남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명령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꾸 명령부터 내리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인 것으로 생각한다. 리더는 자신이 그런 식으로 명령만을 내리는 것이 자신의 부하도 밑의 부하에게 또 명령만을 내리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조직 전체가 한 사람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령을 내리는 순간 가능성은 닫힌다. 명령과 다른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조직에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닫히게 되면 상황대처 능력은 뚝 떨어진다.
리더는 자신에게 명령하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명령하는 사람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평생 남의 명령을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하는 말이다.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되려면 다른 사람에게 많이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 리더는 질문을 질문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소크라테스처럼 영원한 진리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돌아다닌다.
둘째, 리더는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일은 워낙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챙기겠소.” 이렇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프로젝트치고 성공하는 것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론이 이미 나 있기 때문에 다들 이의를 달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리더가 보는 앞에서만이다. 그리고는 뒤에서는 다들 걱정한다. “저거 저러다가 큰일 날 텐데….” “오너가 직접 챙기니 뭐라 말할 수도 없고….” “아, 당신이라도 좀 가서 얘기를 해봐. 이러다 다 절단 나겠어.” 그리고 일이 실패하면 리더는 희생양을 찾기 시작한다. 그제야 이렇게 얘기한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이번 일은 잘되기가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릴 적절한 타이밍을 보다가 그만….”
리더는 남에게 일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팀장은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팀장은 팀원과 팀원 사이에 업무분담을 놓고 이견을 보일 때 개입해서 일을 정확하게 나눠준다. 임원도 팀장 일을 대신하지 않는다. 대신 팀장 간에 일을 놓고 갈등이 생겼을 때 그 업무조정을 해준다. 팀장들을 불러 놓고 “자, 애들도 아니고, 서로서로 잘 협조해서 풀어나가세요.” 이렇게 말한다고 해결되던가. 절대로 안 된다. 왜 팀장들이 하기 싫은 업무를 떠맡아 오거나 영양가 있는 권한을 뺏기고 돌아오면 내부에서 맞아 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항상 조기에 진압해야 한다.
셋째,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평소에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자네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게나. 아니 시키는 거라도 제대로 하란 말이야.” 이 말을 하는 순간 그 리더는 자신의 부하를 로봇이나 노예쯤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그런 리더 밑에서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겠는가. 인사철만 오면 “내 보스가 혹시 다른 부서로 가지 않느냐”하고 수소문하러 돌아다닐 뿐이다. 내가 책임을 다 지겠다면 다른 사람은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리더는 책임을 나눠주는 사람이다. 부하들과 책임을 나눌 줄 아는 리더는 조직을 활성화시킨다. 부하를 불러 “이거 자네 책임일세”라고 말하면 그 부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이 터지고 나서 갑자기 이렇게 책임을 지라고 들이대면 배신감을 느낀다. 그러나 일을 처음 맡길 때부터 “자네만 믿네”라고 격려해주면 고마움을 느낀다. 리더가 최종적으로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려면 역설적으로 아무것에도 책임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책임을 지려면 책임을 나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