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또다시 국내 화학업체에 대해 반덤핑 칼날을 들이댔다. 국내 화학업체들이 중국 대체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 본격 진출하는 상황에서 인도 정부의 잇따른 보호무역 조치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 정부는 국내 기업이 생산해 인도에 수출하는 디옥틸프탈레이트(DOP·dioctyl phthalate)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DOP는 폴리염화비닐(PVC) 등 합성수지에 첨가해 고온에서 성형가공을 쉽게 하도록 돕는 가소제로 국내에서는 LG화학(051910)과 한화케미칼(009830)·OCI(010060)·애경유화(161000) 등이 생산하고 있다. 화학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인도 정부로부터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통보받았다”며 “해명 여부 등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인도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당장 국내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모 기업의 경우 DOP를 연간 2만5,000톤 생산하지만 대(對)인도 수출량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내년까지 12조원을 들여 화장실과 하수도관 시스템을 설치하는 ‘클린 인디아’ 정책을 추진하기로 해 PV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국내 기업의 활동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국내 화학기업들이 지난해 이후 중국의 과도한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을 피해 새로운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인도 정부가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건축 단열재와 자동차 시트, 인조가죽 등에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국내산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내렸으며 올 초에는 스판덱스 필라멘트실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2012년 이후 국내 기업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가 21건으로 미국(18건)을 제치고 가장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