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는 지난달 경남 창원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020년께 놀라운 수준의 인공지능(AI)이 적용된 가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넣기만 해도 알아서 옷감을 파악하고 세탁 모드를 선택해 빨래를 해주는 기기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빨래 개기’ 기능이 등장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조성진 부회장이 이끄는 LG전자가 가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벽에 그림 한 장 붙여놓은 듯 ‘올레드 TV’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데 이어 AI를 대폭 강화한 스마트 가전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LG전자가 강점이 있는 ‘프리미엄’에 ‘스마트’를 입혀 말 그대로 최고의 가전을 만들겠다는 조 부회장의 포부다. 그동안 공들여온 로봇 사업도 연구개발(R&D)을 통한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11일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신설해 전 사업 부문에 적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AI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한편 로봇을 전담하는 ‘로봇선행연구소’도 설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음성인식·영상인식·센서인식 등을 연구해온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각각 ‘AI’를 전담하는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을 전담하는 로봇선행연구소로 나눠 확대 개편한 것이다.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는 앞으로 독자적인 AI 플랫폼 개발에 주력한다.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플랫폼과 협업하는 ‘개방형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자사제품에 최적화한 독자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LG전자는 독자 개발한 딥러닝 기술인 ‘딥 씽큐’를 적용한 휘센 AI 에어컨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에어컨은 사람의 습관, 제품이 사용되는 주변 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하고 사람이 주로 머무르는 공간을 찾아내 자동으로 쾌적한 바람을 보내준다. LG전자는 이 같은 AI 플랫폼을 가전·모바일·TV·자동차부품·로봇 등 회사 전 사업에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는 스마트 제품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로봇선행연구소는 ‘컨버전스센터’ 내에서 지능형 로봇의 선행 기술을 개발한다. LG전자가 개발한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은 7월부터 인천공항을 누비며 휴가객을 맞는다.
이번에 신설된 두 연구소는 조 부회장 직속의 ‘클라우드센터’와 H&A사업본부에 속한 ‘H&A스마트솔루션BD’ 등과 협력해 AI 가전, 로봇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 ‘H&A스마트솔루션BD’는 AI·사물인터넷(IoT)·로봇 등과 연관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탁기 1등 신화를 만든 조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조직이다.
안승권 LG전자 CTO(사장)은 “AI·빅데이터·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기존의 사업과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진화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