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우택 "일자리 추경, 당장은 단맛 나지만 미래부담 키우는 독배"

[서경이 만난 사람-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한미FTA재협상 무대응 안돼..美에 '상호 성과' 설득시켜야

사드 문제제기는 자해행위..한미 정상회담서 최우선 논의를

환경부서 물관리 일원화 등 정부조직법 개정 추가논의 필요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호재기자.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호재기자.




대담=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이후 3개월째 외롭게 당을 이끌고 있다.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라는 긴 직함은 그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은 책임감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대여(對與) 투쟁과 원내 현안을 홀로 챙기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정 원내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애정 어린 조언과 따끔한 비판을 가득 쏟아냈다. 하고 싶은 말이 그만큼 많았던 것일까. 인터뷰는 1시간을 훌쩍 넘었고 주제도 다양했다.

우선 정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사실상 ‘무(無)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한미 FTA의 불합리성을 언급하지 않았느냐”며 “미국 측의 압박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예견됐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을 제시한 게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미 FTA로 한국은 여러 가지 경제적 이득을 얻었는데 미진한 대처로 ‘손익의 부등호’가 완전히 거꾸로 돌아가 우리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는 방향으로 재협상이 이뤄지면 절대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FTA가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한 것은 물론 양국의 호혜적 경제협력 성과를 창출한 협정이라는 점을 치밀하고도 냉철한 논리로 설득시켜 국익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 원내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안보 불감증’에서 비롯된 행태라고 규정하며 통렬하게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를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환경영향평가의 범위를 의도적으로 넓히려 하는 것은 ‘사드 배치 지연’을 넘어 ‘사드 배치 유보’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방부와 청와대가 안보 핵심 사안의 보고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인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이자 난센스”라며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스스로 사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자해행위”라고 질타했다. 정 원내대표는 “사드 때문에 한미 동맹에 금이 간다면 이만한 ’바보짓‘이 어디 있겠느냐”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를 1순위 현안으로 올려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제가 6월 임시국회의 최대 이슈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정부조직법’으로 옮겨가자 정 원내대표의 어조는 한층 강경하고 단호해졌다. 그는 “일자리 창출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세금을 걷어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실업난 해소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선물을 건네는 듯한 ‘허니문 추경’ ‘포퓰리즘 추경’은 당장은 단맛이 풍길지 몰라도 결국 미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독배(毒杯)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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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나 예산 관련 안건은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추경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되면 과반 출석, 과반 찬성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 추경안에 대해 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바른정당도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실제 통과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의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청년 실업률이야말로 ‘대량실업’ 요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각종 경기지표들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이번 추경이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원안 통과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환경부로 물 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 국민안전처를 폐지하는 방안 등은 추가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만큼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 여당은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 △행정자치부는 국민안전처 기능을 통합해 행정안전부로 개편 △국토부의 수자원 관리 업무는 환경부로 이관 등을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제출한 바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은 추경과 달리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다. 국회법에는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상임위원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청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90일 동안 논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3개월가량 지연될 경우 국정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을 협상의 ‘지렛대’로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을 쏟아내던 정 원내대표는 차기 전당대회(7월3일) 얘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웃도는 가운데 전당대회에서 보수 재건을 확실히 이끌 수 있는 리더를 뽑지 못하면 한국당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인 듯했다. 정 원내대표는 “풍비박산 날 뻔했던 당을 지난 대선에서 ‘응급 소생술’로 겨우 살려낸 점에 대해 만족은 아니지만 자위는 하고 있다. 이제는 다시 보수가 혁신과 재건의 길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친박과 비박이 서로 헐뜯으면서 당이 이 지경이 됐는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계파만 바꿔 ‘친홍 대 비홍’의 싸움이 전개되면 정말 속이 터질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새롭게 선출되는 당 대표는 한국당의 잘못된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젊고 역동적인 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리=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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