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벤처투자 저조한데 4차 산업혁명 주도하겠나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벤처 강국’ 실현을 다짐했다. 박근혜 정부만 하더라도 수차례 벤처 활성화 방안을 쏟아냈다. 4월에는 창업부터 성장·회수·재도전에 이르는 성장단계별로 3년간 10조원의 자금을 더 풀고 실패한 창업자의 채무를 75%까지 줄여 재기를 돕겠다는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건강한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 벤처의 현실은 초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벤처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0.13%다. 이는 미국(0.37%)의 3분의1, 중국(0.28%)의 2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는 2014년 0.11%, 2015년 0.13% 등 최근 3년간 변화가 없는데 중국은 2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관련기사



벤처 본고장인 미국은 차치하더라도 중국에도 한참 떨어지니 실망스럽다. 이 상태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 경쟁에 밀려나는 건 시간문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벤처 육성이 국가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미국에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의 3분의2는 벤처 몫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승격시키면서 부처명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결정한 것도 벤처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벤처가 부처 간판을 바꾸거나 돈을 퍼붓는다고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벤처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자금 지원 못지않게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규제 탓에 여의치 않다. 대기업 계열 CVC의 경우 투자 벤처기업이 계열사로 편입되면 공정거래법에 의해 후속투자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장벽을 걷어내야 벤처가 지속 성장하고 4차 산업 일자리도 생길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