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후 본격 선보이기 시작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꽃을 피우고 있다. LTE 요금 인하,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과 맞물려 중저가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가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122종(프리미엄 스마트폰 포함)을 분석한 결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잇따른 출시가 스마트폰 평균 출고가를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평균 76만7,896원이었던 스마트폰 값은 2015년 67만4,256원, 2016년엔 63만1,400원까지 떨어졌다. 3년간 13만원 이상 낮아진 셈이다. 올해는 지난 해보다 7,700원 오른 63만9,100원을 기록했다. 초고사양 제품인 갤럭시S8+ 128GB(출고가 115만5,000원)의 영향이 컸다.
그동안 각 제조사의 플래그십 제품군(갤럭시S시리즈·G시리즈·아이폰)의 가격은 비슷하게 책정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그럼에도 평균 출고가가 낮아진 것은 중저가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고객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프리미엄 제품에 뒤지지 않는 고사양 중저가 제품을 비롯해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좋은 해외 제품까지 국내 시장 진출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소비자 선택권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지난달 SK텔레콤 전용으로 내놓은 ‘갤럭시와이드2’는 하루 평균 1,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15년 ‘설현폰’으로 불리며 흥행몰이를 했던 ‘루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중저가 제품치고는 반응이 좋다는 평가다. 크고 넓은 5.5인치 대화면에 교체형 배터리 방식이 중장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가격(29만7,000원)도 저렴해 3만원대 데이터 전용 요금제를 사용해도 15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6만원 대 요금제를 사용하면 10만원 수준에 구매가 가능하다.
이달 중순에는 이통3사 공용으로 2017년형 갤럭시J5가 본격 선보인다. 5.2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1,300만 화소 전·후면 카메라 등이 탑재된다. 최근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진 소니의 프리미엄 제품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86만9,000원)’과 같은 수준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고급 카메라 기능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LG전자가 대항마로 내세운 ‘X500’도 주목할 만하다. 배터리 용량이 4,500mAh에 달해 한 번 충전하면 최장 이틀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추가 충전 없이도 20시간 이상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 출고가는 31만9,000원이지만, 사실상 공짜로 살 수 있는 혜택들이 대거 선보였다. KT에서 월 7만6,800원의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 지원금 31만6,000원에 유통점이 주는 추가 지원금(공시 지원금의 15%)까지 받아 실제 구매가는 공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7만~23만원과 15만5,000~17만4,000원의 지원금을 준다.
이외에도 블랙베리의 ‘키원’, 샤오미의 ‘홍미4’ 등 해외 중저가폰도 한반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삼성전자 ‘갤럭시S7’와 LG전자 ‘G5’도 다음 달 말 보조금 상한 규제가 풀리면서 대폭 저렴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프리미엄 모델이 시장의 전부인 양 인식되면서 가계통신비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공공 와이파이 사용, 자신에 맞는 단말기 선택 등 통신 서비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