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서문을 보면 세종대왕이 문자가 없어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얼마나 잘 헤아리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은 있으되 문자가 없다는 불편함은 현재 한글로 자유롭게 읽고 쓰는 우리에게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26년에 송암 박두성 선생이 ‘훈맹정음’이라는 한글 점자를 발표한 후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이용해 일반 글자(이하 묵자)에 근접한 글을 읽을 수 있게 됐으나 한 줄에 약 18자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점자의 특성상 글에 나타난 모든 정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특히 컴퓨터로 글을 쓰는 일이 늘어나면서 흔히 특수문자라 불리는 유니코드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의 핵심이 ‘소통’에 있다고 볼 때 오늘날 그의 애민정신은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접근에는 성별·나이·장애 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동등하며 막힘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점자가 현재의 위상에 이르기까지 시각장애인 당사자들과 정부 모두가 노력한 것도 다름 아닌 이러한 애민정신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의 애민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소실이 없도록 묵자와 점자가 완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묵자를 점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문자를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지속적인 홍보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최근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많이 사용되는 유니코드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점형과 명칭을 정비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국립국어원의 특수언어진흥과와 점자규범정비위원회는 그동안의 점자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보완하기 위한 작업으로 2006년의 한국 점자 규정을 검토해 ‘2017 개정 한국 점자 규정’을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로 발표하고 한글 점자와 수학 점자의 해설서도 준비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더불어 모두가 노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은 이뤄질 수 있다. /박성수 강원명진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