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창업오뚝이가 일자리 키운다] "아이디어 담긴 냉동용기로 우뚝 섰죠"

<2>인생 2막 '워킹맘'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

양념 카터기 양산 실패 후

이유식 용기 '알알이쏙' 대박

창진원 지원 사업 활용해

도마·화분 등 라인 확장

美·유럽 등 11개국 수출도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가 경기 용인에 있는 본사에서 알알이쏙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이엠그린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가 경기 용인에 있는 본사에서 알알이쏙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이엠그린


90년대 초중반 국내 경제 발전과 호황은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너도 나도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거래처를 옮겼다.


당시 이정미(52·사진) 제이엠그린 대표의 남편이 운영하던 가방 하청업체도 인건비 상승으로 거래선이 끊겨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집안 살림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 대표는 인쇄회로기판 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야근으로 시력이 나빠져 이마저도 계속하기 어려워졌다.

이 대표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당시 생활고로 인해 김밥 한 줄도 마음 편히 사 먹지 못했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물을 마시곤 했다”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사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삶 속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자고 생각한 이 대표는 주방일을 할 때 느낀 애로사항을 떠올렸다. 음식을 할 때마다 매번 마늘을 빻고 양념을 만드는 일은 가장 번거로웠다. 이에 착안해 이 대표는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을 얼려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냉동양념 카터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문제는 자본. 결국 금형비와 인증비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제품 양산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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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또다시 생존의 기로에 섰지만 ‘포기’란 선택지는 없었다. 다른 방법을 이리저리 고민하던 이 대표는 어느 날 아이들이 얼음과자인 ‘쭈쭈바’ 먹는 모습을 보게 됐다. 쭈쭈바의 아래 부분을 누르니 얼음덩이가 위로 쑥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얼린 양념을 통에 담은 후에 통을 눌러 밀어내면 내용물만 나오도록 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2011년 국민 이유식 용기 ‘알알이쏙’이 탄생했다.

식재료를 한 알 두 알 쏙쏙 빼서 쓸 수 있어 알알이쏙이란 이름을 붙였다. 알알이쏙에는 이유식 재료나 식재료 뿐만 아니라 얼음을 담아 필요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각 칸당 계량 눈금이 기록돼 있어 요리도우미의 역할도 한다. 재료를 차곡차곡 넣어 냉동실에 두는 것만으로 냉장고 정리까지 해결된다. 그는 “그린·핑크·블루·화이트 색상으로 나뉘어 있어 생선·채소 등을 각각 색상별로 담아 보관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날짜를 표시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돼 있어 식재료의 위생상태를 관리하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의 1인창조기업마케팅, 창업도약패키지 지원 사업을 활용하면서 기능성 도마 ‘더블세이브’와 기능성 화분 ‘플라워 팟’ 등으로 제품라인을 확장했다. 지난해 제이엠그린의 매출은 1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제이엠그린의 제품들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유럽 등 11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알알이쏙은 미국 전역의 월마트에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만 50개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는 해외지식재산권도 20건이나 보유한 상태다. 2012년에 올해의 여성발명·기업인상 특허청장을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세계 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재도전에 성공한 지금부터가 ‘인생의 2막’이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었지만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버티며 포기하지 않았더니 기회가 왔다”며 “앞으로 여러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더 많은 해외 시장에 제품을 수출해 전 세계인들이 한국의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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