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초대형 IB 도입 취지를 생각하라

김광수 증권부 차장

김광수 증권부 차장김광수 증권부 차장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표방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조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006800)·NH투자증권(005940)·KB증권·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관련 조직을 만들고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3·4분기는커녕 연내에 초대형 IB가 영업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범 준비가 한창이지만 정작 한 달 전부터 시작된 공식 인가 신청 접수를 한 증권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새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과 자체 징계, 기존의 제재 이력 등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초대형 IB를 준비하는 증권사의 상당수는 저마다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악재를 지녀 고민이 적지 않다.


금융사업 인가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투자업 인가 심사 기준인 ‘대주주가 건전한 재무 상태와 사회적 신용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형 증권사는 현재 없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에 따라 인허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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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가 중요한데 정작 금융당국도 눈치를 살피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근혜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금융정책을 컨트롤할 금융위원장 인선도 지연돼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초대형 IB가 아무리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고 금융당국 수장이 공석이라지만 초대형 IB들에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하루빨리 금융당국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초대형 IB를 도입하려 한 취지를 생각하면 단순하다.

중소기업이나 이제 막 창업에 나선 스타트업들은 늘 자금 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 문턱을 두드려도 돈 구하기는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가능하게 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보장하는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고 이를 대출이 힘들었던 기업에 제공하게 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은행 금리보다 높은 발행어음 수익률을 제시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에 돈이 돌게 하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초대형 IB 도입이 추진됐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하루빨리 초대형 IB를 도입해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추가경정예산 도입을 호소한 것도 일자리 문제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bright@sedaily.com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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