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지난해 국민순자산이 1경3,000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8배에 육박했다. 국민순자산의 파이는 더 커졌는데 정작 가계와 정부의 비중은 줄고 기업의 몫은 커졌다.
14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순자산은 2015년에 비해 715조원(5.8%) 증가했다. 국민순자산 가운데 토지와 건물, 생산설비 등 비금융자산은 1경2,741조4,000억원(97.42%),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336조6,000억원(2.57%)이다. 국민대차대조표는 국제연합(UN)이 정산 기준으로 토지와 금융 자산 등을 평가한 것으로 귀중품과 군용재고, 수자원, 영업권 등은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은 GDP(1,637조원) 대비 8배(798.7%)로 2015년(790.4%)에 비해 8.3% 증가했다. 증가율도 2015년(4.8%)보다 두 배인 8%대를 기록했다.
국민순자산은 부동산이 끌어올렸다. 비금융자산 가운데 55%(7,028조원)을 차지하는 비생산자산(토지·지하자원 등) 지난해 가격상승률은 4.6%로 2007년(1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지가상승률(2.7%)이 2012년(1.0%)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생산자산의 가격이 뛰면서 자본이익(명목보유손익)도 306조4,000억원으로 2015년(259조6,000억원)보다 46조8,000억원 늘었다. 비생산자산의 자본이익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생산자산의 99.3%(6,981조2,000억원)은 토지자산이다. 부동산이 오르면서 토지자산의 GDP 대비 비율도 426.4%로 전년(420.1%)에 6.3%포인트 뛰었다. 전체 비금융자산에서 토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54.8%로 전년(54.2%)에 비해 늘었다.
토지자산은 혁신도시와 제주도, 세종시 개발 등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토지자산 규모는 전년에 비해 26% 늘었고 세종(24.3%), 대구(12.6%), 부산(9.9%)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토지자산 가운데서는 서울이 1,747조9,000억원(26.6%), 경기 1,700조8,000억원(25.9%), 인천 329조4,000억원(5.0%)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혁신도시, 세종시 개발 등으로 토지자산의 수도권 집중도는 57.5%로 2010년(61.4%) 이후 완화되고 있다.
부동산이 오르면서 전체 국민순자산은 늘었지만 가계와 정부의 몫은 되레 줄었다. 지난해 순자산(국부) 가운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비중은 57.6%로 전년에 비해 0.4%포인트 감소했다. 일반정부도 27.1%로 0.1%포인트 축소됐다. 다만 비금융법인은 13.1%로 0.4포인트, 금융법인은 21.%로 0.1%포인트 늘었다. 한은은 “가계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투자를 하기 위해 금융부채(142조7,000억원)가 15조7,000억원 늘어난 반면 금융자산(207조4,000억원)은 74조1,000억원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총자산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차지하는 비금융자산 비중은 62.8%로 2008년(70.2%)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가구(2.5명 기준)당 순자산은 3억6,770억원으로 추산됐다. 가계의 대표 자산인 주택의 시가총액은 3,732조원으로 GDP 대비 2.88배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 시가총액은 2014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순자산에서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75.8%로 미국(34.9%)과 일본(43.7%), 영국(55.3%)에 높다.
국민순자산에서 몫이 커진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품 등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돈인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3.5%로 2015년(3.6%)에 비해 둔화됐다. 지난해 건설 쪽 투자는 늘었지만 생산시설 등 설비자산(-0.12%)의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실질투자로 이어지는 비중은 적지만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지식재산생산물이 고정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도 4.23%로 이스라엘(4.2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규모로는 583억달러로 미국(5,029억달러)과 중국(2,275억달러), 일본(1,440억달러), 독일(967억달러)에 이어 5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