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안정대책 나오기 전에 잡자"...막차 수요 몰리는 분양시장

오피스텔 힐스테이트미사역

청약 접수 결과 경쟁률 45.6:1

대구는 경쟁률 280:1 최고기록

"11·3대책보다 센 규제 발표땐

지역별로 단기 조정 불가피

투기수요 차단에 초점 맞춰야"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발표를 앞두고 청약 시장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말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 아이파크 위브’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발표를 앞두고 청약 시장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말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 아이파크 위브’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주택 분양 시장에서 새로 강화된 규제 적용 전에 투자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막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과 대구·광주 등 시세 상승이 기대되는 곳에서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며 정부의 규제보다 한발 앞선 투자 행보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아파트 청약 관련 규제를 강화한 내용의 ‘11·3 부동산 대책’ 때도 발표 당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56:1로 서울 강북권 아파트 역대 최고, 수도권 기준으로는 서울 강남권의 ‘아크로리버뷰(306.6:1)’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주요 건설사들이 시장의 반응을 살피면서 아파트 분양 시점을 조정하고 청약경쟁률도 낮아져 한동안 아파트 분양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가 곧 발표할 새로운 규제 이후에도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지난 9~12일 청약을 접수한 하남 미사강변지구의 2,011실 규모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미사역’에는 9만건이 넘는 청약 신청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45.6대1에 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예상보다 많은 청약자가 몰려 관련 업무가 지연되자 이날 예정돼 있던 당첨자 발표를 오는 19일로 연기했다.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오피스텔에도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신정뉴타운아이파크위브’의 1순위 청약 접수에서는 전용면적 59㎡A 타입이 최고 경쟁률 94.5:1을 기록했고 평균 경쟁률은 5.5:1로 나타났다. 982가구에 달하는 일반공급 규모와 입지를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단지들의 청약 접수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대부분 두 자릿수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이 이어졌고 지방에서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분양시장의 투기 수요 억제를 목표로 했던 11·3 부동산 대책이 잠시 효과를 발휘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시장 감독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단기적인 조정 이후 다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 시장의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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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청약 후 6개월까지였던 서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나머지 지역은 1년 6개월로 각각 연장됐다. 그럼에도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는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 접수 마감이 이어지고 있다. SK건설이 지난 5월 분양한 영등포구 신길동의 ‘SK보라매뷰’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 27.7대1로 마감됐다. 더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 받는 강동구에서도 4월 분양한 ‘힐스테이트암사’의 평균 경쟁률은 12.1대1, 5월 분양한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는 11.3대1을 각각 기록했다.

대선 이후 지방에서는 지난달 17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대구 수성구의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이 평균경쟁률 280대1로 올해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는 광주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의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8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광주 ‘농성SK뷰센트럴’은 112대1, 북구 ‘힐스테이트본촌’은 41.5대1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같은 대구·광주의 높은 청약경쟁률은 해당 지역 내 우수한 입지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부동산시장 호황 지역으로 꼽히는 부산에서는 3월 청약을 접수한 ‘부산연지꿈에그린’이 228대1, ‘해운대중동롯데캐슬스타’는 57.9대1로 나타났다. 대선 이후에는 지역 중소 건설사들이 분양한 단지들도 청약 접수가 1순위로 마감되는 등 높은 청약 수요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파트 분양 시장에 대해 11·3 부동산 대책보다 강화된 규제를 내놓을 경우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하고 규제의 강도에 따라 조정 기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최근 아파트 청약 시장은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실수요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는 투기 수요 차단 및 과열 억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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