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6월 한 달 동안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가동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였지만 사실상 신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발언이었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 정부의 의도대로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열 준비는 잘되고 있을까. 정부 지원 측면에서만 따지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구멍이 많다. 바이오매스와 태양광 등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R&D) 중복이 많고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하면서 석탄 관련 예산을 유지하는 모순도 발견된다.
서울경제신문이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서 바이오매스라는 이름을 단 R&D 사업을 조사해보니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교육부·환경부·중소기업청·산림청·농촌진흥청 등 9개 부처가 2015년 기준으로 84건, 금액으로는 190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했다. 사업별로 보면 바이오매스 대량 생산이나 생산 최적화, 목질계 바이오매스 연구, 포장용기, 섬유소재 개발 등의 항목에서 부처별로 중복된다.
또 다른 신재생에너지 사업인 태양광도 사정은 비슷했다. 산업부와 미래부·농식품부·국토부·교육부·중기청 등 6개 부처에서 172건, 금액으로는 417억원이 나갔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량 예측과 발전시설 자동 클리닝, 소용량 태양광 발전에서 산업부와 중기청이 비슷한 사업을 지원했다. 여러 부처가 앞다퉈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122억원이 편성된 해수부의 해양청정에너지자원개발은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개발 사업과 유사하다. 세부 과제를 보면 해수부는 최적 조류발전단지 설계, 파력발전 시스템 성능개선 연구를 하고 있는데 산업부도 교량형 조류발전 기술개발, 승강식 파력발전기 개발 등 조력과 파력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중복 때문에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예산낭비 요소가 있다는 게 예결위의 판단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부처가 경쟁적으로 관련 시설 및 설비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예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으로 1,000억원을 배정받았고 농식품부는 농업기반시설 활용 에너지 개발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에 250억원을 출자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시설 지원 명목으로 27억원을, 산림청은 바이오 연료를 쓰는 보일러와 난로 보급 사업에 45억원을 책정받았다.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든 업체에 전력시장가격(SMP)과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따른 정부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만 1조4,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저유가로 화력발전의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로 인한 손실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RPS 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발전 6개사의 경우 이를 맞추기가 힘들어 해외에서 우드펠릿을 수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예산 낭비는 아니지만 공공기관의 2차 손해인 셈이다. 2010년 2만1,000톤 수준이었던 국내 우드펠릿 수입 규모는 2014년 180만톤, 2015년에는 147만톤을 기록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에 누수가 많은 상황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석탄 관련 예산도 여전히 존재한다. 신재생을 추진하면서 석탄도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석탄비축자산관리비에만 올해 14억원이 인건비와 물건비로 배정돼 있다. 석탄비축자산관리비란 수급 불균형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석탄을 비축해놓는 사업이다. 현재 정부는 90만톤가량을 쌓아두고 있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탄소나 미세먼지 정책과 무연탄 수급 안정 정책은 모순된다”며 “무연탄 수급 안정을 도모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2017년 예산안에 책정된 대한석탄공사 출자와 광해관리공단 출연액만 2,000억원이 넘는다. 정부는 2020년께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고 대한석탄공사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국내 석탄 생산분 중 84%는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연탄에 쓰이기 때문에 관련 지원 예산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전체적인 에너지 정책을 재점검하고 있는 만큼 석탄 사업예산의 관리방향과 속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현재 지원 수준에서 최대 반액 삭감이 가능하다”며 “국내 광부 수가 2,000여명인 데 반해 지원액이 많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