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김 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비과세·감면 축소 등 명목세율 인상까지 가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동원할 것”이라며 “아직 법인·소득세 명목세율 인상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끊어진 선순환 고리를 이어서 경제 역동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려면 사람중심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세 개의 축이 필요하다”면서 “공정경제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우리들의 리그’로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불안감이 커진 기업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도 했다. 그는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하는 것도 시급하다”며 “기업인들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공정한 시장경제 룰 위에서 하는 기업활동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기업 기 살리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새 정부 정책 방향과 다소 다른 ‘소신발언’이라 주목받았는데 이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 내 경제담당 참모가 많고 각종 위원회가 있어 부총리에게 훈수를 두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에는 “경제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청와대에 말했고 청와대도 그런 의지가 강하다”며 “경제정책 메시지는 부총리를 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팀은 한 팀으로 움직이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파격적인 취임사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는데 “우리가 언제 한 번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나”라면서 취임사의 운을 뗐다. 그는 “우리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 걱정해본 적이 있나.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이 있나. 저부터 반성한다”고 역설했다.
전날 밤새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취임사를 통해 김 부총리는 “겸손해지자. 겸손한 마음이 진짜 실력”이라며 “진정한 실천력은 겸손한 마음에서 나온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보다 우리가 낫다’는 말처럼 다수 국민은 소수 엘리트보다 옳게 판단한다”며 “다른 부처와 현장의 이야기도 크게 듣자”고 당부했다.
조직의 혁신 필요성도 꺼냈다. 그는 “현장에서 작동하는, 국민이 이해하고 감동하는 정책을 만들자”며 “우선 기재부 내 실국 간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 내에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경제정책국, 재정건전성을 우선하는 예산실 등이 따로 노는 경향이 있는데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를 통해 경제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자”고 덧붙였다. 그는 일하는 방식에도 혁신을 요구했다. 김 부총리는 “기계적인 근면성은 지양해야 한다”며 “보고서는 반으로 줄이고 일의 집중도를 높여 주말이 있는 삶을 살자”고 역설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것도 빼지 않았다. 그는 “기재부의 잠재력과 실력, 국가와 사회에 대한 헌신을 믿는다”며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겠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힘줘 말했다./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