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피즘'에 갈라지는 美

공화당 의원 노린 야구장 총격

'급진 진보주의자' 범행에 무게

정치권 대결, 사회로 확대 양상

"공동의 가치를 위해 연합하자"

트럼프 통합 당부 대국민 성명에도

"분열 초래한 장본인" 비판 고조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에서 이날 총격으로 부상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를 문병한 후 길을 나서며 의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메드스타 워싱턴’ 병원에서 이날 총격으로 부상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를 문병한 후 길을 나서며 의사와 이야기하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야구장에서 14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사건이 공화당 의원들을 노린 급진 진보주의자의 계획적 ‘정치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국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후 대국민연설에서 미국 사회의 단합을 촉구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책과 언사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야구장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에게 총격을 가한 후 사망한 용의자 제임스 호지킨슨이 뿌리 깊은 공화당 혐오 정서를 보인 인물이라며 이번 범행이 ‘정치적 감정‘으로 촉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호지킨슨은 페이스북에 “트럼프와 일당을 파괴해야 할 때”라는 글과 함께 소득 불평등의 책임을 공화당 탓으로 돌리는 글을 다수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성명에서 “우리는 차이점이 있지만 여태껏 잘해왔다”며 “우리는 공동의 가치를 위해 연합하고 함께 일했을 때 강해질 수 있다”고 단합을 촉구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 식사 일정을 취소하고 스컬리스 의원이 입원한 메드스타워싱턴 병원을 찾았다. 스컬리스 의원은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촉구에도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두 동강 난 미국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물론 더 큰 분열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당장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민주당 측이 과도하게 반(反)트럼프 정서를 조장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리스 콜린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적 언사의 톤을 낮춰주기 바란다”며 “이번 사건을 ‘충격요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의 정치적 수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10일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한다”며 “분노를 월가 등 지배층에 돌리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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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 언론들은 민주당의 언사가 격렬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 행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합을 촉구했지만 많은 사람은 이 분위기가 얼마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머지않아 트위터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일으키면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한 주 내내 서로를 비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정치권의 분열상은 점차 미국 사회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샌더스 지지자라는 보도가 나간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화당 지지자들이 “샌더스 의원의 자극적인 주장으로 정치적 분노가 표출됐다”며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폴리티코도 “요즈음 미국에서는 ‘내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너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화가 흘러간다”며 험악해진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날 캘리포니아주 물류운송 업체인 UPS 창고에서 4명이 사망한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재점화됐다. 민주당 소속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주지사는 “거리에 총기가 너무 많다”며 “우리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모 브룩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늘 우리가 본 것은 총기소지 권리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의 부작용일 뿐”이라며 ‘총기 소지권’은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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