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은 9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137조원으로 한 단계 레벨업이 기대된다. 그렇다면 코스피 기업들은 개선되는 실적 만큼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해외와 비교해보면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이는 기업 가치를 가늠하는 데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을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PER은 주가가 순이익의 몇 배수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숫자가 높을 수록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국내 코스피 기업들은 현재 시가총액 1,502조원으로 계산할때 평균 약 11배의 PER을 적용받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의 평균 PER은 17배다. 영국과 말레이지아, 독일, 대만 등의 평균 PER는 15배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영국이나 말레이시아 기업보다 못한 평가를 받을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평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시장 관계자들이 꼽는 주요 원인은 바로 국내 기업의 취약한 거버넌스다. 즉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해 12월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해 대주주의 전횡을 차단하고 불투명한 경영을 견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투자가가 수동적인 자금조달 창구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상 문제점들을 감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낮아져 기업가치가 오르는 구조다.
실제 해외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한 경제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의 경우 2010~2013년까지 유럽지수가 14%상승하는 동안 고배당지수가 29% 상승하며 효과를 봤다. 2014년 도입한 일본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2013년 26% 였던 도쿄증시지수(TOPIX·토픽스) 배당수익률이 지난해 34%로 올랐다. 지난해 6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지주회사들의 PER이 그동안 ‘디스카운트’를 벗어나며 빠르게 재평가 되는 분위기다.
새 정권은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나섰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과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맞물려 코스피 PER이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환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