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계절’ 여름을 앞두고 맥주 3사가 전혀 다른 전략을 꺼내 들었다. 하이트진로가 국내 최초 ‘발포주’로 경쟁의 포문을 연 가운데 롯데주류는 ‘정통 맥주’로, OB맥주는 가향 맥주나 칵테일 등 ‘색다른 맛의 신제품’으로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18일 맥주 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맥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의 성공 여부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이 70~80%에 달하는 일반 맥주와 달리 맥아 함량 10% 미만의 술을 뜻한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니라 ‘기타주류’에 속하기 때문에 세율이 30%로 맥주(72%)보다 절반 이상 낮으며 그만큼 소비자가격도 저렴하다.
일단 초반 분위기는 좋다. 지난 4월 출시된 필라이트는 일반 맥주 대비 40% 저렴한 가성비를 내세워 출시 20일 만에 초도 물량 6만 상자(355㎖·24캔 기준)를 팔아 치웠다. 5월 말까지 누적 판매 수량이 18만 상자에 달하고 있다. 낮은 세금 덕에 ‘12캔에 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성비가 통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는 생산량을 두 배 늘려 쏟아지는 물량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소비자 호응에도 불구하고 OB맥주와 롯데주류는 발포주 출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특히 OB맥주는 일본에 발포주를 수출해 온 제조 노하우가 있음에도 당분간 국내 시장에는 발포주 출시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표 제품 카스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입지가 워낙 견고한데다 호가든과 버드와이저를 비롯한 수입 맥주를 12종이나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OB맥주는 지난해 출시한 라즈베리 맛의 ‘호가든 로제’에 이어 올해 벚꽃 시즌에 맞춰 ‘호가든 체리’를 한정 출시하는 등 스테디셀러를 변주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7월부터는 카스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한편 지난해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칵테일 발효주 ‘믹스테일’을 캔 제품으로 출시해 젊은층과 여성고객을 공략한다.
OB맥주 측은 “통상 맥주 업계에서는 신제품이 1년이나 2년에 한번 나오지만 OB맥주는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주류는 ‘정통 맥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에 집중해 온 롯데주류는 지난 1일 대중적인 콘셉트의 ‘피츠 수퍼클리어’를 출시하며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자체 개발한 고발효 효모 ‘수퍼 이스트’를 사용해 발효도를 일반 맥주보다 5~10%포인트 높은 90%까지 끌어올려 잔당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청량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롯데주류 측은 “피츠의 깔끔한 맛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시음 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아직 출시 초반이라 판매량을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