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손편지를 쓰고 전보를 치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전화를 거쳐 인터넷이 발달하더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게 생겼다. 친구들에게 전하던 ‘안녕’이라는 목소리는 몇 마디 글자로 된 ‘톡’이나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SNS는 전 세계인을 근거리 이웃으로 만드는 놀라운 기능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택시를 불러주는 편의성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신산업기술은 우리의 삶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1년 상영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에이아이(AI)’를 볼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감정까지도 느끼는 AI를 보면서 ‘설마 저렇게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2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의구심은 현실이 됐다. 알파고는 이세돌에 이어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랭킹 1위인 커제를 눌렀다. AI가 쓴 소설은 문학상 예심을 통과할 정도로 인간의 감정을 흔들었다. 때론 미래를 점지하기도 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노련한 정치평론가와 족집게로 군림했던 여론조사업체 등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지만 AI는 SNS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히 맞춰냈다.
우리 생활과 가장 밀착된 유통산업에도 AI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상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아마존 고(amazon go)’가 현실에 등장했고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구매 가능한 가상현실 백화점 등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AI가 만든 가상현실은 앞으로 시각은 물론 냄새와 촉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세상만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다.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줄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당장 아마존 고 때문에 계산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각종 법률이나 의료 분야에도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최근 상하이포럼에서 주요 직업 중 34%가 로봇으로 대체되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새 수요도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실제로 1997년 슈퍼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누른 후 체스의 저변은 확대됐고 계산기나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수학자들은 긴장했을지 모르나 수학은 더욱 발전했다.
AI 때문에 우리의 소비생활이 더 똑똑하고 편리해질 수도 있고 가족과 함께 과일을 고르며 에누리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빼앗길 수도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신산업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쇼핑환경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우리에게 보다 편리하고 유익한 밝은 미래만이 도래할 수 있도록 기업·정부·학계가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