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발표를 앞두고 전격 단행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전면 중단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HUG조차 분양보증 중단에 대한 명분과 이후 혼란에 대한 해명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HUG가 분양보증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행 시스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HUG의 분양보증 전면 중단 조치가 실효성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업계와의 사전 조율 없이 무리하게 추진돼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HUG 스스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하고 있다. 김성오 HUG 심사평가처 팀장은 “분양보증 중단으로 업계가 피해를 보는 부분은 일정 연기 정도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HUG측은 지난 16일 “분양보증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부의 대책 이후 일부 단지에 청약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분양보증 중단이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정부 대책 발표전 보증 중단이 없어서는 안될 조치처럼 떠들썩하게 포장했다가 정작 혼란이 커지자 별 영향이 없는 것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HUG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 앞서 분양보증을 중단한 것은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때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양보증 중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HUG의 분양보증 중단에 대해 “(현재 단계에서) 전혀 필요가 없는 조치이며, HUG가 걱정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고 오히려 시장 혼란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며 “HUG가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시장교란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어떤 근거를 가지고 분양보증을 중단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현재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계부채가 증가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며 “지금 분양보증을 잠시 중단하면 공급과 수요가 나중에 한꺼번에 쏠리게 되는데 그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조율 없는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해서도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공급자들과 논의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예고 없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공급자들은 HUG 정책을 리스크로 보고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신탁사 한 관계자는 “HUG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공급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방식”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김성오 팀장은 “사전에 의견 조율을 가지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갑작스럽게 발표를 했으며, 이런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HUG의 분양보증 시장 독점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HUG는 현재 분양보증을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심 교수는 “분양보증을 독점하고 있는 HUG가 정부에 과잉충성하다 보니 비상식적인 결정이 나온 것 같다”며 “서울보증보험, 한국주택금융공사 등도 분양보증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해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하는 데 따른 폐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와 업계에서는 분양보증 취급 업체의 다변화를 위해 계속해서 정부에 건의해왔다. 다만 다른 보험회사가 분양보증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해야 하는데 국토부 측은 주택 시장의 효율적 관리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 HUG의 분양보증 중단 사태도 국토부가 우회적으로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HUG와 국토부는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는 “정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HUG가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