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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듀얼’ 양세종, 밥 두 그릇 먹어도 부족할 ‘1인 2역’

자신의 분야에서 ‘열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밥 두 그릇 먹어라”라는 말이 그것. 농담이 아니라, 정말 밥을 두 그릇 먹어야 하는 배우가 있다. ‘듀얼’ 속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양세종이다.

OCN 토일드라마 ‘듀얼’은 선과 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인간(양세종 분)과 딸 장수연(이나윤 분)을 납치당한 후 납치범의 뒤를 쫓는 형사 장득천(정재영 분)의 이야기를 다룬 추격 스릴러 드라마. 양세종은 형사의 딸을 납치한 살인마 복제인간 성훈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연쇄살인마로 인해 누명을 쓴 성준을 동시에 연기한다.




/사진=OCN ‘듀얼’/사진=OCN ‘듀얼’


지난 17일과 18일 방송된 ‘듀얼’ 에서는 복제인간의 정체와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성훈은 장기이식대상자 리스트를 손에 넣기 위해서 살인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알아낸 성준은 그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실패했고, 경찰에게 잡히기 직전 류미래(서은수 분)의 도움으로 탈출했다.

똑같은 얼굴을 가진 것은 물론 DNA와 지문까지 같은 두 사람의 만남은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먼저 성준이 성훈에게“너랑 나랑 형제 아니야? 쌍둥이 아니냐고”라고 물었고 성훈은 이에 대해 “너 따위랑 내가?”라고 대답했다.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외모는 같지만 속은 전혀 다른 사람인 것.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점이 드러났다. 성훈은 “어차피 너는 내가 아니어도 곧 죽는다”고 말했지만 성준이 궁금한 것은 수연이 살아있는지, 어디에 있는 지였다. 성준은 자신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수연이 지금 어디 있어. 아이만 돌려줘”라고 말했고, 성훈은 “너라는 새끼는 이 와중에 그게 궁금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준은 타인의 아픔에 이입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사실상 자신과 무관함에도 득천의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 그와 다르게 성훈은 철저히 자신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 쓸모가 없어지면 버림받는다는 것을 알고 리스트를 태워버릴 정도로 치밀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복제인간의 비밀도 한 꺼풀 벗겨졌다. 성준은 차길호(임일규 분)에 의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그를 진단한 의사는 류미래에게 성준의 몸 상태가 70대 노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장과 간이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성훈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약물 주사를 맞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이와 동시에 안개 속에 감춰진 듯 했던 성준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성준과 성훈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전개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 이 같은 긴장감과 긴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세종의 역할이 중요했다. 성준과 성훈이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동시에 각각의 역할도 완벽하게 소화해야 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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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양세종에게 무척 호의적이다. 8회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양세종이 만들어낸 성준과 성훈은 전혀 다른 인물이 됐다. 성준일 때는 누구보다 선하고 억울한 눈빛을 했다가도 성훈일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양세종은 앞서 역할이 바뀌는 지점을 명쾌하게 하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성준을 할 때는 ‘나 몰라, 아저씨’라고 되 뇌이고 성훈을 할 때는 ‘죽여 버릴 거야’라고 반복한다고.

지난해 데뷔한 신인으로서 쉽지 않은 역할이다. 그런데 양세종에게 하나의 과제가 더 생겼다. 성준과 성훈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성훈의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긴 것. 성훈이 마냥 악하기만 한 인물이기보다는 과거의 아픔에 사로잡혀 복수하고 있다는 사연이 밝혀졌다. 두 명 이상의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각 인물의 입체적인 감정을 모두 신경 써야 한다.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복제인간이 사이버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앞의 ‘복제’를 빼면 똑같은 인간이다”라며 “처해진 상황이 다를 뿐이지 같은 사람이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태어났을 뿐. 그 점에 중점을 뒀다”고 말한 바 있다. 양세종이 연기하는 두 인물은 얼굴만 같을 뿐 저마다 다른 상황에 처해 다른 인격을 갖게 된 독립적인 인물이다.

지금까지도 밥 두 공기 꽉꽉 눌러서 먹어야 할 양세종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래가 가지고 있는 1993년 사진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본체로 추측되는 인물이 베일을 벗은 것. ‘듀얼’ 시작 전만 해도 성준이 본체고 성훈이 복제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주를 이뤘으나 현재는 두 사람 모두 복제인간으로 여겨지는 중이다.

양세종은 이로써 1인 2역이 아닌 1인 3역까지 발을 넓히게 됐다. 시청자로서 다행인 점은 양세종에게 세 인물을 연기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 드라마가 끝난 후 배우들이 홍보하는 드라마 코멘터리쇼 영상에서 양세종이 한 명만 등장하는 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방금까지 분명 두 사람이었는데 배우로서는 한 명만 존재하니 말이다.

정재형과 김정은이라는 까마득한 연기 경력을 가진 선배들 사이에서도 양세종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확립하고 있다.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를 가진 양세종인 만큼, 앞으로 더욱 폭발할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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