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中 화장품 브랜드 OMM 명동 매장 가보니] 유커도 싼커도 한국인도 없는 ‘외딴 섬’

사드갈등·금한령에 관광객 뚝

30분 동안 매장 찾는 고객 ‘0’

매장 직원 기초 한국어도 못해

유커 노린 中 매장 줄줄이 폐업

“이 제품은 ‘저리한요뤼솬쥔(유산균이 들어있어요)’”

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명동의 중국 화장품 ‘OMM’매장. 기자가 분명 한국인임을 밝혔는데도 중국인 점원은 외운 한국어를 순간 잊었는지 금세 중국어를 내뱉기 시작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주요 타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장 2개 층 어디에도 중국 손님은 전혀 없었다. 30분 동안 매장 안을 둘러봤지만 점원은 “오늘 손님이 많았다”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 관광 1번지인 명동, 그중에서도 명당자리에 있는 매장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한 몫’ 챙기러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이들의 주 타깃이던 단체 방문 유커가 사라진 데다 대체 손님인 개별관광객(싼커)이나 한국인을 잡을 전략도 없어서다.

쇼핑 1번지 명동에 자리 잡은 중국 화장품 매장 OMM은 단적인 예다. 권건화장품(취엔지엔 코스메틱스)의 로드숍 브랜드 OMM 매장은 명동 한복판에 있는 데다 중국 화장품 업체가 국내에 직진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곳.


권건화장품은 당초 이 매장을 통해 한국을 찾은 유커들에게 OMM을 한국 브랜드로 알려 중국 현지에서 역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었다. OMM은 한국콜마를 통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든다는 이유로 한국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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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자가 찾은 OMM 매장은 유커의 급감으로 이미 경쟁력을 잃은 모양새였다. OMM이 명동에 매장을 내려고 준비 중이던 지난해 7월만 해도 월별 방한 중국인 수는 사상 최대인 91만 7,519명에 달했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장 오픈일(올 1월 5일) 전후에는 그 수가 5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금한령까지 내리면서 OMM 매장은 그야말로 ‘닭 좇던 개’ 신세가 됐다. 올해 춘제 특수를 시작으로 화려한 데뷔를 노렸던 꿈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그나마 명동을 찾은 싼커들의 발길은 OMM 매장이 아닌 바로 건너편 국내 화장품 매장 ‘클리오’와 ‘라네즈’로 이어졌다. OMM 직원들이 한국 화장품이라 소개하고 한국인 블로거들을 통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막상 매장에 가면 직원들이 기초적인 한국어도 못하는 등 내국인들의 관심을 끌기도 어려워 보였다.

유커의 실종과 대체 고객 전략 부재로 어려움에 빠진 중국 사업자는 비단 OMM 매장 뿐만이 아니다. 중국인이 소유한 명동·제주 호텔, 각 지역의 사후 면세점들도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관광호텔은 총 20곳(객실 수 548실)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고, 서울 동교·연남동의 사후면세점도 줄줄이 폐업하며 매물로 나온 상태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은 유커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호텔 등이 하나 둘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국내 중국 사업자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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