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일감 몰아주기 45개 기업 조사"...바짝 긴장한 재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

총수 일가 지분 30% 넘는

대기업 계열사가 조사 대상

재계 "개혁·진정성 느껴진다"

"백기 투항하라는 것" 반응 갈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재벌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재벌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내놓은 첫 번째 재벌개혁 청사진은 ‘강온양면책(强穩兩面策)’이었다. 기업의 상생협력 등 자발적 모범 사례를 축적해가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나 ‘갑질’에 대해서는 직권조사 등 엄정한 법 집행을 예고했다. 이미 실태조사가 진행 중인 45개 대기업집단 등 재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3월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직권조사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특정인의 수사 요청 없이 공정위가 직접 기업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과거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던 공정위 조사국이 직권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31조6,986억원을 밝혀낸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엄정한 법 집행 의지에 대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기업은 현행법상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다. 현재 국회에는 이 비율을 20%로 낮추는 안이 계류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행령을 통해 기준을 낮출 수도 있는 상황.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5일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진에어·한국공항·유니컨버스·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퇴하고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무상증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 위원장도 이날 “20일 이와 관련해 (법을 개정할지 시행령으로 할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 현대자동차그룹과 GS그룹 등으로 공정위의 칼끝이 향할 수도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 있는 글로비스·이노션 등의 계열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각각 30%, 29.99%에 달한다. 특히 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70.40%, 79.90%로 10조8,151억원, 1조19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GS그룹도 3·4세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옥산유통(51%), GS아이티엠(100%)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GS그룹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각각 615억원, 1,3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도 SK에이앤티에스·한화S&C·CJ파워캐스트·CJ올리브네트웍스 등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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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 손을 내밀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고강도 조사를 예고한 김 위원장에 대한 재계의 반응도 엇갈린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몰아치듯 재벌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언급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고칠 건 고치자는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B그룹의 한 관계자는 “조치나 제재 이전에 대화를 통해서 시장과 사회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변해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하겠다지만 결국 기업들이 알아서 투항하라는 얘기로 들리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김 위원장과 4대 그룹 전문경영인(CEO)과의 만남이 오는 22일 또는 23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을(乙)’의 피해가 만연한 분야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토대로 적극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고시도 개정된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자료 미제출에 대한 이행강제금 제도, 과징금 가중상한 상향 조정, 사익편취 행위 신고포상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또 대규모유통업법상 과징금 부과 기준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BBQ에 대한 공정위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가격 인상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치킨 가격 인상 취소가) 김상조 효과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공정위는 남용·담합 등이 아니면 가격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라며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며 그런 차원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김상훈기자 성행경·박성호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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