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판사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기로 결의하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조사권한 위임을 요구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판사 100명은 19일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판사회의 공보간사인 송승용(43·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기획·의사결정·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며 “대법원장에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구성한 소위원회에 조사 권한을 위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판사들은 논란의 중심이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비롯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블랙리스트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전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저장매체를 보전하도록 요청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도 요구했다. 송 부장판사는 “전 법원행정처장과 차장에게 의사결정 책임이 있다”며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에 관해, 이를 인정하는지와 구체적인 인적 책임소재 규명 및 그에 따른 문책 계획을 포함한 공식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회의 상설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법관회의 대법원 규칙으로써 ‘전국법관대표회의(가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것을 건의하고 그 규칙안 마련을 위해 법관회의 상설화 소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안건 중 하나인 재발 방지책 마련에 대해서는 다음달 24일 열리는 ‘2차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도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15일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전·현직 고위법관 8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수집해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