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16일 공론화 됐다. SBS는 ‘재벌 총수 손자, 연예인 아들이라서? 사라진 가해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보도에 나섰다. 최근 서울 모 사립초등학교 수련회에서 Q군이 같은 반 학생 4명으로부터 집단 폭행 및 왕따를 당했다는 것. 학교 측에서는 ‘의도적 폭행은 없었다’며 사건을 무마시켰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4명 중 A군의 엄마가 배우 윤손하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그 중 재벌가 손자도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설 정도의 화젯거리였다. 여기에 윤손하는 “폭행이 아니고 (동급생끼리) 장난치던 상황”이라고 밝혀 아들의 입장을 두둔하려던 꼴로 논란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윤손하는 “SBS 보도로 알려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한 아이를 이불 속에 가둬놓고 무차별적인 집단 폭력을 벌였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다름이 있었다”며 “방에서 이불 등으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던 상황이었고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르고 있던 상황은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었다. 뉴스에서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그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주장으로 보기엔 피해자의 진단 결과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피해 학생에 따르면 이불에 덮힌 채 가해자 4명에게 야구 방망이, 나무 막대기, 무릎 등으로 맞아 근육세포가 파괴되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것. 피해자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윤손하에게 대중은 ‘자식 감싸기’ 아니냐며 비난의 화살을 던졌다.
예능드라마 KBS2 ‘최고의 한방’(극본 이영철 이미림, 유호진 차태현 김상훈)으로 한창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던 참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윤손하의 드라마 하차 요구까지 하고 있다. 배우 가족의 문제를 넘어 드라마에까지 악영향이 끼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따랐다.
하지만 시청률은 다행히 자체 최고 수치를 경신했다. 17일 방송된 ‘최고의 한방’ 11회와 12회는 각각 5.5%와 4.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회보다 2.5%포인트, 1.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또한 지난 3회분이 남긴 최고시청률 5.0%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잇따르자 윤손하는 18일 피해자 가족과 학교 측에 사죄하고, 초기대처에 있어 변명으로 일관한 것에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윤손하는 소속사를 통해 “저희 아이 학교 수련회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다친 아이와 그 가족 그리고 학교와 여러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우리 가족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죄를 드린다. 초기대처에 있어 변명으로 일관되어버린 제 모습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진심을 다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다시 한번 저희 가족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2차적으로 사과했다.
19일 소속사 측은 서울경제스타에 “정확하게 입장 정리가 되는대로 또 한 번 발표할 것”이라고 지속적인 입장 표명 태도를 드러냈다. 충분히 대중의 여론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으며 얼마든지 사과의 뜻을 전하겠다는 의사다.
‘최고의 한방’ 뿐만 아니라 ‘어쩌다 어른’, ‘내 손안의 부모님’처럼 따뜻한 힐링 예능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며, 싹싹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의 여배우로 사랑받은 터라 윤손하의 이 같은 논란과 초기 대응이 아쉽다. 가뜩이나 학교 폭력 문제는 상당 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민감한 사회 현상 중 하나다. 사건을 경시 여기는 듯한 발언은 신체적·정신적인 타격을 받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휩싸일 수도 있는 피해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격이다.
물론 ‘엄마 윤손하’로서는 제 자식 귀한 줄 아는 ‘고슴도치 사랑’도, 공인이기 이전에 발생했을 선천적인 모성본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엄마 윤손하’로서의 입장도, ‘배우 윤손하’로서의 입장도 모두 그릇됐다고 판단한다. 더 신중했어야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 남의 자식 귀한 줄 아는 ‘이해심’과의 순서를 한 번쯤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