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40년 만에 19일 0시를 기점으로 영구 정지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가운데 한 할머니가 문 대통령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연단에서 기념사를 낭독한 뒤 행사장을 내려오며 악수를 나누던 문 대통령은 보라색 티셔츠와 빨간색 조끼를 입은 할머니들이 막아서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들 중 빨간색 조끼를 입은 한 할머니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면서 오열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발길을 잡은 4명의 할머니는 “우리 밀양 할매, 할배가 직접 써서 청와대에 전달했던 편지를 바쁘시더라도 꼭 읽어봐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에 사는 손희경(81) 할머니는 갑자기 엎드려 눈물을 쏟았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보라색 티셔츠와 빨간색 조끼를 입은 4명의 할머니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지역 할머니들이었다. 밀양대책위원회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언급을 기대했으나 구체적인 발표가 없자 할머니들이 직접 문 대통령에 다가가 한 번 더 뜻을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3일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년을 버텨온 밀양송전탑,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합니다”라며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34통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바 있다. 할머니들은 해당 편지에 대해서도 간곡히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황급히 다가가 땅바닥에 주저 앉아 우는 할머니를 일으켰다.
한편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지난 2014년 밀양 송전탑 현장을 방문해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목숨을 생각해 극단적인 선택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