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음악의 뜨거움과 발라드의 감미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곡들을 수록했어요.”
로맨틱한 음성과 화려한 무대 매너로 성악가로는 드물게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테너 류정필(사진). 20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최근 발표한 첫 싱글 앨범 ‘라 로만티카(La Romantica)’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사노바, 플라멩코 등 스페인풍의 음악적 요소들을 버무려 놓은 듯한 스페인 대중가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며 “음악에 맞춰 탱고 춤을 줘도 좋을 곡들”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앨범에는 ‘당신과 함께’라는 의미의 ‘콘티고(Contigo)’와 ‘이프 아이 러브 유 이프 유 러브 미(If I love you if you love me)’ 두 곡을 한국어와 스페인어 버전으로 각각 담았다.
정통 라틴 발라드를 성악가가 스페인어 버전으로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작업이다. 류정필은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제 음악을 듣고 1990년대 인기 그룹 ‘015B’의 객원 가수 출신 정연욱 작곡가가 이번 앨범을 제안했어요. 한국어로 부르고 나중에 스페인어로 개사를 해서 한번 불러봤는데 그럴싸한 거예요. 7~8년 가량 스페인에서 활동을 해서 그런지 스페인어 버전도 자연스럽다고 하더라고요.”
테너 류정필 하면 ‘클래식의 대중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중이 좀 더 쉽게 클래식에 다가올 수 있도록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에 꾸준히 출연 중이다. “클래식을 대중화하겠다는 거창한 생각을 갖고 방송에 출연한 건 아니었어요. ‘가요무대’에 출연해서는 성악 버전이 아닌 트로트로 조용필의 ‘허공’를 불렀고, ‘열린 음악회’에서도 ‘봄비’, ‘그 겨울의 찻집’ 등을 불렀는데 그 곡을 듣고 제 콘서트에 오신 분들이 클래식을 접하게 되면서 대중들이 스스로 클래식에게 다가오는 거죠. 오히려 팬들이 대중화를 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이 끝나고 “그 아리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팬들에게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국립오페라단 사이트 같은 걸 알려주기도 해요.” 그는 정통 성악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클래식이 전공이지만 외국에서 10년 이상을 살다 보니 여러 음악을 접하는 기회가 생겼고, 클래식뿐만 아니라 플라멩코, 보사노바, 탱고 등 각 나라의 민요나 대중가요를 다 불러보고 싶은 욕심과 소망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게 된 거죠.”
클래식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풍부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세종문화회관의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세종예술아카데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페라 이야기’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 ‘류정필의 음악 이야기’를 바탕으로 올 가을에는 클래식 관련 서적을 출판할 예정이다. 그의 글솜씨와 클래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눈여겨보던 한 출판사에서 러브콜을 보낸 것. “저는 클래식에 대해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사랑받는 것이라고 정의해요. 그것이 음악이 됐든 패션이 됐든, 그 무엇이 됐든 말이죠. 클래식 음악이 그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사랑받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제공=필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