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김용석 부장판사)는 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에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취소하라고 지난 9일 판결했다. 공정위는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방문판매특약점 등과 계약한 방문판매원 가운데 3,482명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시키고 신규 방판특약점이나 직영 영업소에 배치했다며 시정명령·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숙련된 방문판매원을 강제로 빼내 화장품 점포들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공정위 시정명령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으며 불복소송은 고등법원에서 다룬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의 ‘갑질’이 판매실적이 좋지 않은 점포를 징벌하는 성격도 있다며 부당 행위라고 판단했다. 반면 불복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아모레퍼시픽의 방침이 반드시 점포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공정위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한 점포의 방문판매원을 2회 이상 타 점포로 인계시킨 사례를 한정해 불이익 제공 행위로 보는 것처럼 시정명령 의결서에 기재하고 있다”며 “그런데 2회 이상 인계가 이뤄진 경우는 전체의 약 38%밖에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중에서도 방판특약점주가 자발적으로 요청한 경우, 거래 종료로 방문판매원이 이동된 경우 등 특약점에 대한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포함돼 시정명령·과징금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정위 상대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완전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법인은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회사 임원들도 각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당 임원들은 현재 퇴직한 상황”이라며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