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의 여파로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등 정국이 급랭한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차별화된 야당의 길을 걷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임명에 반대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외교 수장으로서 역할을 당부하는 한편 여당에 날을 세우면서도 한국당과 달리 논의의 문을 열어놓았다.
강경화 장관은 20일 국회를 찾아 김동철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만났다. 반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장관과의 만남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강 장관과 만나 “저희 국민의당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다”며 “한반도 주변국과의 관계가 보수정권 10년 동안 많이 악화했는데 외교부 수장으로서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셔서 야당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과의 만남에 대해 “한국당은 안 만나기로 했다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며 “강 장관이 임명된 것은 정치적 현실이고 본인이 찾아오겠다는 데 오지 말라는 것은 정치적 결례”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강 장관과 만나 “임명에 반대했으면 안 만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명이 된 상황에서 부탁 드릴 건 부탁 드리기 위해 만나자고 했다”면서 “한미정상회담과 G20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능력을 발휘하셔서 국민이나 야당이 갖고 있던 우려를 불식시켜주길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두 야당의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등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와중에도 물밑 대화를 지속하며 논의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우택 원내대표를 제외한 두 원내대표와 만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국회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우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 주 원내대표와 통화를 주고받던 중 성사됐다.
우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회동한 데 대해 “우리로서는 한국당이 너무 안 되니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대한 입장 표명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야기가 통하는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한국당과 구분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