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수산금융부 소속 직원들이 22일 제주도로 떠난다. 휴가가 아니라 현지 양식업 현장을 방문해 자금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현지 단위수협이 아닌 수협은행 관계자들이 어업 현장을 방문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특히 자금 수요 파악을 위해 직접 현장을 찾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최근에는 김철환 수협은행 부행장이 부산을 찾아 대형선망업계의 경영환경을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수협은행은 경영안정자금으로 부산 대형선망 측에 총 6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수협은행 직원들이 이처럼 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이유는 고객의 터전인 수산업이 생존 위기에 몰려 있어서다. 수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어업 환경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동해와 서해·남해 할 것 없이 수산업의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돈다”고 귀띔했다.
수협은행은 현재 어업인의 상황을 4중고로 표현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바다 생태계 훼손 △한일어업협정 지연에 따른 조업 중단 장기화 △가뭄에 따른 이상고온 △중국 어선 불법조업 성행이 겹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협은행은 1인당 경영안정자금 지원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파격적으로 확대했다. 총 규모도 50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 많아 500억원도 곧바로 소진될 상황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고객 기반인 어업인이 어려워지면 수협도 함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어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수협으로서는 현장을 찾아 어업인의 애로를 해결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