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강성노조 '촛불청구' 자격있나] '툭하면 파업' 무기로 사측 희생 강요...勞, 정치인 같은 구태 반복

■개혁대상 자초하는 勞

정규직 노조 양보는커녕 사사건건 경영 간섭

기득권 내려놓고 비정규직 격차 해소 협력을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원 등이 21일 오전 불법 하도급 근절과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원 등이 21일 오전 불법 하도급 근절과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된 기업 전방위 압박에 노동계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노사관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필수적인데도 사측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어서 기업 경쟁력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노동친화적인 정부 정책에 편승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식으로 비상식적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강성노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1일 재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5,000억원 조성 제안에 현대·기아자동차 내부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금 조성방안을 제의한 금속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난이 빗발친 것. 현대차 노조의 한 조합원은 “금속노조의 ‘쇼잉(보여주기)’에 왜 우리가 들러리를 서야 하느냐”며 “정치인들이나 하는 전형적인 구태”라고 일갈했다.


조합원 수가 17만명에 달하는 금속노조는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투쟁력이 높은 대표적 강성노조다. 노동계 총파업 때마다 전위에서 투쟁력을 과시하지만 국내 노사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파업이 연례행사인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등 자동차 업계는 물론 유성기업·갑을오토텍·발레오만도 등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자동차부품 업체의 노조가 금속노조 산하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를 백안시하는 일부 경영자도 문제지만 사측을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가 더 문제”라며 “민주노총이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등의 책임이 대기업에 있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를 애써 눈감아온 것은 금속노조와 같은 대기업·정규직 노조”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내년 산하 지부·지회의 임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올해의 경우 15만4,883원의 기본급 인상안을 내놓았다. 개별 협상 과정에서 줄어들기는 하지만 매년 기본급이 오르면서 자동차 업종의 연봉은 크게 치솟았다. 학계에서는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10%를 넘으면 생산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5%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한국GM의 한국 철수설이 계속 나오는 것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과 강성노조로 인한 낮은 생산성 때문”이라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매년 임금을 올려받고 비정규직과의 격차도 해소하겠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노조의 이기적인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업체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1·4분기 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지만 노조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였고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2015년 임협을 아직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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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유례없는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도 노조 이기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년 가까이 무분규로 임협을 타결했지만 업황이 악화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노조의 태도가 돌변했다. 지난해 말 12년 만에 금속노조 우산 밑으로 들어간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수주 가뭄에 따른 일감 감소와 유휴인력 발생 여건 등을 감안해 기본금 20%를 반납하자는 사측의 제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고용보장만 부르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업황 악화로 일감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올 하반기에는 5,000여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조는 이런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순환 휴직도 반대하고 있다.

기업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는 강성노조의 폐해는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도 곧잘 나타난다. 씨티은행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영업점을 폐쇄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노조는 태업으로 저항했고 이를 인적 구조조정으로 규정하면서 급기야 정치권이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은행 거래의 5%도 되지 않는 창구영업에 직원의 40%를 투입하는 게 맞느냐”며 노조의 비협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노동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요원하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재벌개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부르짖기 전에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과거 정부에 비해 노조친화적인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세워 노동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경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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