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실손보험료 법으로 강제 인하 추진...업계 "개입 과도" 반발

국정위, 내년 반영 목표 관련법 제정 착수

업계 "후진적 관치 부활" ...산업경쟁력 저하 우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을 연계해 내년부터 법으로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민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들자 ‘반사이익’을 누린 만큼 보험료를 내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실손의료보험료 인상 폭도 25%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하반기 중에 공·사 의료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본지 6월20일자 1·12면 참조

김성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단장은 21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건강보험이 비급여를 책임지면 민간에서는 지출이 줄어들어 새로운 이익이 생겨난다”며 “내년 상반기 실제 이행하도록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3년 4대 중증질환(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질환)과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항목을 급여로 바꾸면서 민간 보험사가 5년간 1조5,244억원의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는 올해 안에 ‘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 연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중 보험료 인하 유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협의체도 구성한다. 이 협의체에서 실손보험료 인하여력이 어느정도 인지 판단한 다음에 조정폭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말에 풀릴 예정이던 실손의료보험료 조정폭 규제도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되돌리기로 했다. 사실상 보험료 인상에 대한 캡(상한)을 두겠다는 것으로, 2015년 보험상품의 질적 경쟁을 위해 추진하던 보험 가격자율화가 2년 만에 폐지된 셈이다. 김 단장은 “최근 2년간 연달아 실손의료보험료를 대폭 올린 보험회사는 인상 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하 유도 대책 발표로 보험업계는 사실상 민간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가격 개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보험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 가격 통제를 시작으로 2015년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로드맵’이 2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드맵은 자율 경쟁을 통해 개별 보험사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였는데 정부가 가격 규제 개입에 나서면서 보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업계는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대책 자문단에 보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셈법대로 민간 보험사들이 이득을 봤다면 그만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먼저 원인부터 짚어본 후 보험료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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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실손의료보험료 조정폭 규제를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되돌리기로 한 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료 조정 폭은 2015년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가격 규제를 완화했던 대표적인 항목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간섭을 시작으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도 정부가 개입하고 더 나아가 보험업을 사전 규제와 검열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후진적 감독 행태가 부활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규제자율화 이후 가격과 상품 개발에 대한 권한을 보험사에 많이 넘겨주면서 신상품을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는데 과거 규제로 회귀한다면 국내 보험산업의 경쟁력은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권경원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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