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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주말극과 아이돌②] 아이돌, 주말극 메인 도전…모두에게 윈윈?

아이돌의 연기 도전을 생소하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몇몇 아이돌은 이제 웬만한 신인 배우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아이돌이 도전하는 연기의 영역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아이돌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아이돌 소비 연령층은 주로 10대에서 20대 사이. 이에 따라 그들이 출연하는 작품도 학교생활을 주로 다룬 청소년 드라마나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찾는 미니시리즈가 대다수였다. 연기에 진출하는 아이돌이 더욱 늘어남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보다 높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일일극과 주말극에서도 괄목할만한 활약이 펼쳐지고 있는 것.




이준, 서주현, 다솜/사진=KBS2, MBC, SBS이준, 서주현, 다솜/사진=KBS2, MBC, SBS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녀시대 윤아는 KBS1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당당히 주연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바통을 제대로 이어받은 것이 2013년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아이유다. 그 사이 설현과 강민혁이 각각 ‘내 딸 서영이’(2012)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에 출연했지만 주도적으로 극을 이끄는 분량은 아니었다.

2013년 이후 아이돌들이 점차 메인에 나서기 시작했다.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2013) 유이, KBS1 일일드라마 ‘고양이는 있다’(2014) 전효성, SBS ‘미녀 공심이’(2016) 민아 등이다. 이처럼 아이돌 출연 주말극이 쌓여가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주말극에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변두리가 아닌 메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현재 방송 중인 지상파 3사 드라마에서 이 같은 현상을 실감할 수 있다. KBS2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준, MBC ‘도둑놈 도둑님’의 서주현(소녀시대 서현), SBS ‘언니는 살아있다’의 다솜은 아이돌 출신 배우의 작품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또한 드라마의 핵심 인물로서 입체적인 역할을 소화하며 당당히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일일극과 주말극에서 아이돌의 위치가 커지는 것은 출연자와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출연자 입장이다. 첫 주말극에 도전한 서주현(소녀시대 서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도둑놈 도둑님’은 50부작이다.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선택하게 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다솜은 KBS1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데 이어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까지 긴 호흡의 작품에 임하고 있다. 그 역시 일일극과 주말극의 매력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라며 “선배님들의 조언으로 페이스 조절하는 법, 많은 대사를 외우는 노하우 등 미니시리즈와는 또 다른 것들을 배웠다”고 전했다.


아이돌이 일일극과 주말극에 도전하는 이유는 작품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짧게는 50부작부터 길게는 150부작이 넘어가는 드라마의 특성상 긴 호흡을 통해 연기적 성숙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미니시리즈와 비교할 때 출연 배우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아직 연기 경험이 부족한 아이돌에게는 내공 있는 선배들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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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미니시리즈는 배우의 연기에 집중되는 면이 있다.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부담이 된다. 일일극과 주말극은 아무래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연기력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 된다. 경험이 없다고 해도 쉽게 해나갈 수 있다”며 “가족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인물의 집중도가 주인공 몇몇에 몰리기보다는 분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덜어진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아이돌이 일일극과 주말극에서 예전보다 주체적이고 비중 있는 역에 캐스팅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 평론가의 말대로, 일일극과 주말극의 성격상 메인 역할이라고 해서 해당 역할 만이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전개가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기 때문. 주연을 맡는다 해도 미니시리즈에 비해서 적은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정 평론가는 “아이돌을 기용할 경우 어느 정도 인지도가 보장된다”며 “아예 모르는 신인보다는 대중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큰 메리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돌에게는 대중적인 인지도 외에도 팬덤이라는 것이 있다. 팬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여러 이슈들은 작지 않은 홍보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방법으로도 연결된다.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대한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젊은 층의 시선을 모을 수 있기 때문. 최근 주말극이 ‘막장’ 오명에서 벗어나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경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이돌의 출연이 작품에 신선한 활력을 주는 통로로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돌 캐스팅은 때때로 차선책으로 사용된다. 어떤 드라마에 20대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인지도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20대 배우를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출연시키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요즘 아이돌은 춤과 노래 외에 연기 연습에도 노력을 쏟기 때문에 20대 배우를 대체하기에 괜찮은 선택지다.

결국 아이돌의 기용은 출연자와 방송사에게 ‘윈윈(Win-win)전략’으로 작용했다.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있다. 우선 아이돌은 가수 활동으로 쌓은 인지도를 통해 쉽게 기회를 얻으려 하기 보다는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열정을 가져야 한다. 방송사도 아이돌의 인지도에만 기대려고 하기 보다는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를 가려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끝으로 시청자들도 아이돌의 출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쓰기보다는 편견 없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예상치 못했던 연기 원석의 발굴은 물론 여러 세대의 관심사를 아우르는 좋은 작품의 탄생도 가능해질 것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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