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 요금할인을 골자로 한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자 이동통신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와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를 요금인하 수단으로 강제한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는 유통망 피폐화 등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요금할인은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할 때 지원금 대신 매월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할인혜택을 받는 제도다. 별도의 법 개정 없이 고시 개정만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 제공되는 지원금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제공하지만 선택약정에 따른 요금할인은 이통사가 전액을 부담한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택하는 비율이 크게 늘면서 통신사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갤럭시S8 같은 고가 프리미엄 신제품의 경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60%를 넘어서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율이 20%에서 25%로 높아지면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할인율이 올라가면 요금할인으로의 쏠림 현상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는 4조원으로 추산한 정부의 절감 대책 전체 효과보다 배 이상의 충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요금할인 감면 효과 1조원을 산출할 때 현 (누적) 가입자 1,900만명을 잡았지만 추가로 늘어나는 가입자를 고려하면 업계의 매출 타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법적 근거 없이 가격을 내려 영업이 악화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죄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며 “이번 대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정부나 국정위에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로펌을 통해 대응책을 의논하는 것에 대해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소송 제기의 우려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환정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행정지도로 요금이 인하되면 제소 가능성이 높지만 입법 과정에서 제소하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선을 그었다.
요금할인 외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 도입, 국내외 출고가 비교 공시 등에 대한 제조사들의 입장은 갈린다. 이날 제조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새 정부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분리공시제 도입과 관련해 상반된 의사를 밝혀왔다. 줄곧 ‘반대’를 외쳐왔던 삼성전자 측은 “정부에서 하겠다는데 몸을 낮춰야 하지 않겠냐”며 언급을 꺼렸지만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의 이유로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요금할인율 확대 및 분리공시제 도입이 애플 등 국내 시장의 외산폰 점유율을 늘리는 효과만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통사·제조사들의 지원이 줄고 소비자들의 단말기 실구매 비용이 오르면서 애초에 보조금이나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던 외산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사용하다 되팔 때 유리한 애플 제품의 점유율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