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채용 때 인적사항을 받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제’가 실시된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출신지·학력·가족관계·신체조건 차이 등과 관계없이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민간 대기업 등에도 적용을 권고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을 채용할 때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혁신도시 사업으로 지역에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할 때는 지역인재를 적어도 30% 이상 채용하도록 지역인재채용할당제를 운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6월 중 공공 부문 블라인드 채용 실천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방안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다. 공공기관은 현재 블라인드 채용 시행 준비가 완료된 상태여서 하반기 내 도입이 가능하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을 주문한 것은 사회 양극화 심화로 무너진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과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이번 하반기부터 이를 당장 시행할 방침이다.
일자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대만 해도 신입생 중 10% 이상이 (서울의) 강남권 일부 명문고교 졸업생들이며 높은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계층이 주로 진학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과학기술고등학교 등) 졸업생들도 20% 이상에 달한다”며 “이처럼 학력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에서 학벌이 채용의 주요 기준이 된다면 서민들은 좋은 직장을 얻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블라인드 방식으로 공공 부문부터 채용방식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이 진행되면 학력뿐 아니라 가족관계·신체조건·출신지 등의 차별을 받지 않고 구직자가 실력만으로 취업전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측 설명이다. 현재 청와대 내에는 이미 블라인드 채용의 수혜자인 고민정 부대변인이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당시 KBS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직원들을 선발할 때 입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KBS가 2003년부터 5년 동안 블라인드 채용을 했는데 이 시기 명문대 출신이 70∼80%에서 30% 이하로 줄고 지방대 출신 합격자는 10%에서 31%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에 대해 채용인력의 최소 30%를 지역 인재에게 할당해달라고 이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공공기관들의 지역인재채용할당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채용시 적용비율에 편차가 심했다. 적은 곳은 지역인재 할당비율이 10%를 밑돌고, 많은 곳은 2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비율을 최소한 30%로 높여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