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으로 어수선했던 대한민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고조에 달한 청년실업률과 최악으로 치닫는 소득 분배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약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회 통과는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오랜 시간 서민경제의 최일선에서 경기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살아왔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저 주어진 작은 공간에서 생계를 위해 일할 뿐 뉴스에서 떠드는 경기 상황이나 정치 논점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모두가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하나다. 바로 지금만큼 먹고살기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간 대형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차별한 침투, 온라인쇼핑의 급성장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전통시장을 위시한 골목상권은 최근까지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었다. 지난 2005년 약 27조원이던 전통시장의 매출이 2013년에는 20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행히 정부의 지원과 상인들의 노력으로 2014년부터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자생력 기반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추경은 청년실업 개선 등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지만 소상공인·전통시장 등 서민경제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6,000억원가량이 포함됐다. 서민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추경 편성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추경안에 전통시장으로 투입되는 몫은 시장 마케팅 지원과 온누리상품권 추가 발행 등으로 예산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에게는 의미가 적지 않다. 시장 마케팅 지원은 말 그대로 정부가 전통시장의 매출 증진과 고객 확보를 위한 다양한 판매 촉진 활동을 보조하는 것이다. 시장별 상권 특성에 따라 특가 판매, 버스킹 공연, 경품 이벤트, 체험행사 등 대형 유통점과 차별화된 전통시장만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전통시장 장보기의 즐거움과 재미를 배가시킴으로써 전통시장으로 고객의 발걸음을 돌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난해 1조원 판매를 달성했으나 올해는 지난해 발행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 반영됐다. 현재까지 판매금액이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판매 추이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약 2,000억원 정도 발행을 위한 예산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번 추경은 당초 온누리상품권 예산이 너무 과소하게 책정된 부분을 구매수요에 맞게 조정하는 의미도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시장 경기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2017년 5월 체감경기지수는 64.8%(100% 기준)로 여전히 낮다. 전통시장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고 자구 노력만을 통한 경영여건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다양한 경제지표가 우리나라 경제에 빨간 경고등을 켜고 있다. 정치권은 더 이상 정치 쟁점과 민생경제를 결부하지 말고 진정한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추경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만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는 길임을 깨달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