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鼻)출혈은 말 그대로 코안에서 피가 나는 것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코 앞쪽에서 일어나는 전방출혈이다. 솜을 넣고 양쪽 콧구멍을 눌러주면 쉽게 지혈이 되는 경우다. 때때로 코피가 지혈되지 않고 많은 양의 피가 목 쪽으로 넘어가 계속 뱉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증상은 코 뒤쪽 깊숙한 부분에서 출혈이 발생했을 때 생기며 후방출혈이라 부른다.
소아에게서는 반복되는 소량의 전방출혈이 흔하고 고혈압·동맥경화가 동반된 고령자에게서는 한 번씩 심한 후방출혈이 발생하고는 한다. 중장년층의 잦은 비출혈은 대부분 비중격만곡이나 비부비동염 등에 원인이 있지만 드물게 코와 부비동의 종양 환자에게서도 이런 증상이 발견된다. 이 경우 응급 상황에 속하므로 곧장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고령층의 비출혈 역시 지혈이 극히 어려운데다 재발이 잘돼 생명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비출혈은 특별한 발생 원인이 없다. 코를 후비다 상처가 나 출혈이 발생하는 일이 가장 많다. 비중격만곡과 비강 질환으로 공기의 흐름이 와류를 형성해 코피를 일으키기도 하고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 종양, 동맥류 등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폰빌레브란트병 같은 선천적 응고장애도 비출혈의 원인이다.
코피가 났을 때는 우선 안정을 찾고 가능한 피를 삼키지 말고 뱉어내야 한다. 고개를 앞으로 기울이면 목 안으로 피가 넘어가지 않기에 오심이나 기도가 막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얼음이나 찬물로 코를 찜질하는 것도 효과가 좋다. 출혈이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수혈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동맥 결찰술, 동맥 색전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비중격만곡으로 비출혈이 반복될 경우 비중격 수술을 하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 없이 소량의 출혈이 자주 발생한다면 비염 치료, 방 안의 습도를 올려주는 것, 코안을 부드럽게 해주는 연고를 사용하는 것 등으로 예방할 수 있다./도움말=김지희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