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임랄디’(프로젝트명, SB5)의 유럽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임랄디는 글로벌 매출액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의 임상시험에 대해 ‘긍정 의견’을 내렸다. 지난해 6월 유럽의약품청에 판매 허가를 신청한 지 꼭 1년 만에 거둔 쾌거다. 통상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약물사용자문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넘겨받아 2~3개월 이내 판매를 허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승인이 확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판매 허가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두 번째다. 앞서 다국적 제약사 암젠이 지난 3월 ‘암제비타’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휴미라의 유럽 특허가 끝나는 2018년 10월부터 정식 판매가 가능하다. 휴미라 개발사인 애브비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늦추기 위해 특허만료 기한을 2023년으로 늘렸지만 지난 3월 영국 고등법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특허무효 소송을 받아들이면서 내년으로 앞당겨졌다.
임랄디의 유럽 승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선 글로벌 1위 의약품의 복제약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휴미라는 수년째 글로벌 의약품 판매 1위를 달리는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매출액 160억7,800만달러(약 18조3,000억원)로 2위 엔브렐(88억7,400만달러)의 2배에 달한다.
세계 최초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의약품 3종(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을 모두 확보했다는 점도 값진 성과다. 이들 제품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327억8,100만달러(약 32조3,2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휴미라는 치료 범위가 가장 넓어 성장세도 가파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주요 바이오기업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만 보면 베링거인겔하임·화이자·산도스·쿄와기린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 제약사가 출사표를 던졌고 국내에서도 LG화학(051910)·DM바이오·바이오씨앤디(217950)·이수앱지스(086890) 등이 임상시험 중이다. 셀트리온(068270)도 조만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이번 결과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역량이 유럽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조만간 미국 판매 허가 신청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