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크다’. 시승을 위해 에스컬레이드(사진)를 건네받았을 때의 첫 인상이다. 5m를 훌쩍 넘는 길이에 높이도 2m에 육박한다. 운전석에 앉자 주변의 승용차는 물론 웬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발 아래 있는 느낌이다.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서울 도심과 외곽도로 등에서 약 50㎞를 달려 봤다. 도로에 진입하자 조금 불안했다. 워낙 차체가 크다 보니 사이드 미러로 확인한 양쪽 차선에서 여유가 별로 없었고, 퇴근길 도심을 빽빽히 메운 차량들 속에서 긴장감이 커졌다. 5분가량 지나서야 비로소 여유를 찾고 차량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우선 운전대의 감각은 육중한 덩치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최고급 SUV에 걸맞게 각종 편의 사양도 장착됐다. 앞 유리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운전대 좌측의 버튼을 통해 높낮이는 물론 밝기와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스마트폰 무선충전대는 A4 용지 절반에 가량 되는 큼지막한 크기로 핸드폰을 무심코 둬도 될 정도로 여유롭다.
퇴근길 러시아워가 끝날 즈음 한적한 서울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아 봤다. 2,650㎏에 달하는 무게에도 마치 옆 차를 비웃기라도 하듯 치고 나갔다. 6.2ℓ의 8기통 가솔린 엔진은 426마력의 힘으로 뿜어냈고 8단 자동변속기는 속도에 따라 매끄럽게 기어를 올리고 내렸다. 특히 저속 구간에서는 4기통을 쓰다가 속도를 올리자 8기통으로 바뀌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육중한 덩치에 6,000㏄가 넘는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만큼 연비 효율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에스컬레이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6.9㎞. 정차를 반복하며 도심을 중심으로 운전한 결과는 리터당 4.3㎞였다.
시승 후 에스컬레이드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은 ‘아메리칸 럭셔리의 끝판왕’이라는 것. 특히 넉넉한 2열 앞에 9인치 대형 스크린은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고 16개에 달하는 보스 스피커가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사운드를 뿜어낸다. 3열은 물론 2열까지 테일 케이트에 달린 버튼으로 손쉽게 접고 펼 수 있다. 가족을 태우고 여유롭게 운전하고 싶은 가장(家長)의 차로 손색이 없다. 가격은 1억2,78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