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전자게임 전문 판매점. 30·40대 남성들이 가게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들이 사려고 하는 것은 ‘플레이스테이션(PS)4’다. 판매점 주인은 “주말이면 PS4를 사려는 30~40대 남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며 “평일 점심에도 짬을 내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며 영업을 시작한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관계자도 “결혼을 앞둔 30대 남성들이 예비신부와 함께 혼수용품으로 PS4를 구매하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30·40대 남성 고객층들이 전자게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창시절 비디오게임을 주로 하며 여가 시간을 보낸 이들이 옛 향수 때문에 PS4와 같은 전자 게임기기를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25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1~5월 전자게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보면 PS4 매출이 이 기간 동안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6.5% 성장했다. PC게임은 31.3%, ‘닌텐도 DS’도 14.6% 성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성장을 주도한 계층이 30·40대라는 점이다. 실제 전자게임 매출 가운데 30대와 40대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45.1%와 35.6%로 전체의 80.7%에 달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30·40대가 적극 구매에 나서면서 옥션의 경우 최근 한 달간 닌텐도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나 성장했다. G마켓에서는 ‘XBOX’ 매출이 42% 늘었다.
국내 게임시장은 2000년대 이후 모바일과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중소형 전자 게임 취급점들이 문을 닫았다. 전자게임을 원하는 30·40대가 늘어나고 있는데 구입할 점포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이 대형마트·인터넷 쇼핑몰·전자 상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3040세대가 비디오 게임을 다시 찾는 이유로 우선 ‘과거에 대한 향수’를 꼽는다. 현재 3040세대가 학창시절을 보낸 1980~1990년대는 모바일 게임은커녕 PC게임도 없던 시절이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었고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시간이 흘러 이들이 경제력을 갖춘 구매자가 되자 취미 생활로 비디오 게임을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단점도 30·40대가 전자게임 시장으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게임 레벨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비교한다. 카카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카카오톡 친구끼리 서로 랭킹을 비교해 경쟁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전자게임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필요하지 않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친구 몇 명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전자게임을 다시 부활 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자게임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외국 게임 개발업체들도 국내 출시 품목을 늘려나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취급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 70여 가지 품목에서 올해는 100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