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전락한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30년까지 경유차를 폐기한다고 공언한 데 이어 최근 정부가 진행한 관련 연구 용역에서 경유세를 올리는 방안이 대거 포함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적어도 올해는 경유세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2015년 기습적인 담뱃세 인상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교통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국책기관으로부터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초안을 제출 받았다. 보고서는 경유·휘발유·LPG 등 연료에 붙는 세금에 대한 10여 가지 조정 방안을 담았는데 모두 경유세를 올리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현재 휘발유 대비 85% 수준인 경유세를 90%, 100%, 125%로 높이는 방안 등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경유세 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셈이다.
보고서에는 각 대안별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와 업종별 생산량 변화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정한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세법 개정 등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로 경유세 인상이 사실상 결정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경유세 인상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에너지 세제 개편은 7월 공청회와 8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며 “적어도 7월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는 포함 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용역 보고서는 경유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경유세를 올렸을 때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보기 위한 것”이라며 “경유 인상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은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설명에도 일반 서민들의 의구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15년 담뱃세 인상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재정 확충’이라는 약속을 이행하기 어려워지자 담뱃세 인상을 감행했는데 문재인 정부 역시 법정세율 등 직접 증세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유세 인상 역시 담뱃세와 마찬가지로 서민층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유차는 전체 등록 자동차의 42%인 917만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0만여대는 운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유 화물차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유세 인상은 미세먼지 감축에 기여한다는 과학적·객관적 근거가 확보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서민준·이태규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