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회사채 순발행량이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기업들이 서둘러 회사채 시장에 뛰어든 탓이다.
25일 HMC투자증권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5,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15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 2015년(2,027억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시장은 지난달 초 1·4분기 실적공시와 연휴 등으로 주춤했으나 LG화학 등 대어급 기업의 발행을 시작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달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은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액을 늘리기도 했다. LG하우시스, 호텔신라, 롯데렌탈 등 AA급 이상 대기업도 대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5월에만 약 4,145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시장에 나왔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금리인상을 앞두고 서둘러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 확대 전망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우세해 선제적인 회사채 발행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개선되면서 기업의 투자가 살아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는 내년 하반기에나 인상”
기업 자금 조달욕구 당분간 지속
투자자들 단기물에 관심 둘 듯
시장은 당초 미국이 금리인상을 한 후에는 회사채 발행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6월에도 우량 회사채 발행은 이어졌다. 롯데쇼핑과 대림산업 등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대림코퍼레이션은 이번에 모집 금액의 6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고 국내에서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있었지만 상승동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금리인상이 내년 하반기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 기업의 자금 조달 욕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 분위기는 전망이 엇갈린다. 시장에 발행물량이 늘어나면 기업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신규 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호황인데다 금리인상을 앞두고 회사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신규 투자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투자 욕구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금리인상이 당장 어렵고 미국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이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국내 장단기 금리차이가 축소돼 회사채 매력이 높아졌다”며 “특히 최근 한 달간 3년물 이하 신용스프레드는 축소됐고 5년물 이상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상승을 염두에 두고 회사채 중장기물보다는 단기물 위주로 투심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보유 수익이 높은 A등급 여전채와 회사채 투자를 지속하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