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에 공포영화가 드물어졌다. 그 많던 한국 공포영화가 다 어디 갔을까.
올여름 개봉이 예정된 한국 공포영화는 허정 감독의 ‘장산범’이 유일하다. 국내 공포영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여곡성’(1986)부터 정우성과 고소영을 스타로 만든 ‘구미호’(1994), ‘퇴마록’(1998), ‘여고괴담’ 시리즈(1998~2009), ‘링’(1999), ‘분신사바’(2004), ‘시실리’(2004), ‘분홍신’(2005), ’스승의 은혜’(2006), ‘불신지옥’(2009) 등 공포영화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으레 6~8월쯤 개봉해서 특유의 오싹함으로 관객들의 여름 무더위를 날려주곤 했는데 그 모든게 옛말이 돼 버렸다.
26일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 공포영화는 연평균 4편(스크린 50개 이상 기준)만이 개봉했다. 이 가운데 여름 개봉 작품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무서운 이야기 3’(6월) 1편만 개봉했으며,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장산범’만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국 공포영화의 퇴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포영화 타깃 층인 중고생 관람객의 감소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치열한 경쟁 △웰메이드 공포영화의 부재 등의 요인이 서로 맞물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여름 대작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예산 작품이자 신인감독의 등용문이었던 공포영화의 제철 개봉이 어려워졌다. 연 관객 2억 명 시대를 처음 연 2013년에는 한국공포영화 3편이 모두 여름 개봉을 했지만 2014년부터는 점점 줄어 2016년에는 여름 개봉은 단 한 작품(‘무서운 이야기3’)이었으며, 2편은 여름 이외의 계절에 개봉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한국영화는 물론 외화들 역시 여름 시장에서 점점 경쟁이 세게 붙으면서 작은 영화인 공포물이 성수기에 개봉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연 관객 2억 명 시대를 연 2013년부터 이런 경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관객의 연령대가 30대 이상으로 높아진 데다 공포물의 주 수요층인 청소년 관객의 감소 등의 요인이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영화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공포영화는 중고생을 제외한 성인층에서는 수요가 적다 보니 기획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외화들이 그나마 존재하는 공포영화 수요층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공포영화의 여름 개봉 편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외화의 경우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에 3편을 개봉했지만, 2012년에는 6편으로 크게 늘다 2014년 2편으로 줄었지만, 2014년에는 다시 5편으로 늘어났고, 지난 2016년에는 무려 8편이 여름에 개봉했다. 올해도 외국 공포영화는 ‘다크 하우스’, ‘위시 어폰’, ‘잇 컴스 앳 나이트’ 등이 여름 개봉을 하며, 지난 5월 개봉한 ‘겟 아웃’은 215만 명 가량을 동원하며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공포영화의 퇴조와 함께 한여름을 피해 공포영화를 개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의 경우에도 ‘무서운이야기3’만 여름에 개봉했을 뿐, 나머지 세 작품은 모두 여름 개봉을 피했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극장의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에 멀티플렉스들은 대작 중심으로 상영을 하기 때문에 저예산 영화인 공포물들이 이를 피해 틈새시장을 노려 겨울 등에 개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