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러브(러시아·브라질) 펀드 가입자들과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이들이다.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한편에서는 내년에 30달러대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도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26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원유 ETF는 수익률이 -20%대로 추락했다. ‘TIGER 원유선물’ ETF는 올해에만 21.3% 떨어졌고 3개월 수익률도 -12.33%다. 국제유가가 올 들어 약 18%, 고점 대비 20%가량 빠진 데 따른 추락이다. 원유값이 하락하면 그만큼 수익을 볼 수 있는 ‘TIGER 원유선물인버스’ ETF는 올해 수익률이 26%대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유 ETF보다 더 투자자들의 마음을 쓰리게 한 상품도 있다. 지난해 평균 60%까지 수익률이 치솟아 인기 상품으로 각광받은 러브 펀드다. 현재 러시아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9.77%. 브라질 펀드도 올 들어 -4.68%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3개월 수익률은 -9.8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초부터 러브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라면 천당과 지옥을 연이어 경험하는 셈이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유 등 에너지·원자재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60~70%에 달해 원유 가격 변동이 펀드 수익률을 좌우한다. 현재 러시아·브라질 펀드는 5년 수익률도 각각 -0.52%, -31.83%로 부진하다.
이 같은 상황에 추가적인 유가 하락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에너지 컨설팅회사인 FGE는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공급 과잉으로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는 유가가 거의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공급이 늘었는데도 세계 전체 생산량 추정치는 연초보다 4만배럴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하반기 경기회복세로 수요 우위의 시장이 펼쳐지면서 유가 하락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상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올해 들어 원유의 일일 평균 초과공급량은 -16만배럴로 유가가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2015~2016년 초(-134만배럴)보다 훨씬 적다”며 “유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