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와 얘기해본 사람들은 “생각과는 많이 다른데…”라는 말을 했다. 그의 연극을 본 사람들 역시 “생각과는 연기를 잘 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손담비는 ‘얼음 공주’ 이미지보다는 털털한 옆집 언니 같은 인상이 강했다. 무엇보다 프로페셔널한 근성이 뛰어난 가수이자 배우이다.
2007년 6월 ‘크라이 아이’로 데뷔한 뒤 2008년 히트곡 ‘미쳤어’, 2009년 ‘토요일 밤에’ ‘퀸(Queen)’등을 발표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손담비는 솔로여가수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2002년 MBC의 시트콤 ‘논스톱3’ 에 단역으로 출연이후 2009년 SBS 월화 드라마 ‘드림’등에서 배우의 꿈을 키워온 그는 2011년 첫 주연작 MBC ‘빛과 그림자’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올리브TV ‘유미의 방’, SBS ‘미세스캅2’ 등에 출연했다. 영화 ‘탐정2’로 스크린 데뷔까지 앞두고 있다.
무대 위에선 건강한 섹시함을 발산하는 그는 무대 밖에선 털털한 아가씨다. 긍정의 에너지가 통통 튀어나와 취재진들을 웃게 하는 배우이다. 인터뷰 내내 그는 ‘생각보다?’란 표현을 많이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과연 저란 사람에게 어떤 ‘생각들을’ 하셨을까요? 전 ‘꿍’하게 마음 속에 담아두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생긴 것 때문에 차가운 게 이미지가 있다고는 들었어요. 제가 이야기를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보이는 게 있대요. 전 그것이 주는 혜택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낙천적인 성격이냐? 긍정주의와 부정주의가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어요.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부정의 힘을 안 좋아하고 어두운 기운보다 밝은 기운을 선호해요. 퇴폐와 섹시는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티스트의 어두움에 대중이 신선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아요. ‘밝은 에너지’의 힘이 훨씬 강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어떻게 매일 긍정적일 수 있나요? 당연히 다크할 때도 있죠. 그런 다크함을 이겨내야 다른 게 나오잖아요. 제가 갑자기 심오한 이야기를 했나요? 하하”
2007년 데뷔해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손담비는 연극 ‘스페셜 라이어’로 무대 연기에 도전했다. 지난 18일엔 오랜 팬들과 조촐한 10주년 파티를 열기도 한 그는 10년 동안 잘 해왔구나 싶어 스스로를 토닥거렸다 고 한다.
“6월 18일이 딱 데뷔 10주년이었는데 팬들이 라이어 공연 의상 그대로 인형을 만들어서 선물해주셨어요. 그 케익 테두리에는 드라마 및 가수 포스터 등을 새겨 주셨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가요 차트 1위 했을 때, 팬미팅 등 각종 영상을 다 보내주셨는데 정말 엄청 감동했어요. 외국 팬들이랑 여자 팬들이 많아요. 오랫동안 서포트 해준 분들이라 늘 감사해요. 남자 팬한테는 선물을 받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솔로 가수라 그런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부터는 제 이름 보단 극중 이름으로 친근함을 표하시면서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봐주셨어요.”
손담비의 첫 연극 도전을 축하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지인 려원, 강승현, 소이 및 로앙, 오디너리 피플, 스티브요니 디자이너들은 연극의 재미에 빠져 “연극이 원래 이렇게 재미있냐?”는 평을 남겼다고 한다.
“첫 공연 때 오지 말고 나중에 오라고 했는데 친한 분들이 서프라이즈로 극장을 방문했어요. 려원 언니랑 소이는 공연을 워낙 좋아해서 제 공연도 잘 보고 가셨어요. 연극 자체를 본 적이 없던 지인들은 이번에 보고 되게 쇼크를 먹었대요. ‘라이어’ 자체가 거짓말에 거짓말이 이어지면서 반전이 가득하잖아요. 전혀 내용을 모르고 온 분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셨어요. ‘연극이 원래 재미있는거야?’라면서 캐스트마다 챙기면서 2번 3번 보러 오고 계세요.”
데뷔 이후 8년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온 손담비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여유를 찾고 있었다. 얼굴 표정 역시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연기자로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솔로 활동을 8년하면서 동료 가수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가수 땐 3분간 무대를 하고 내려오면 크게 마주칠 일이 없어요. 대기실도 다 따로 쓰거든요. 그런데 연기자들은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함께 연습하고,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또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제가 술자리는 빠지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술자리가 좋아요.”
손담비는 ‘인성’을 먼저 갖줘야 실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함께 작업하는 모든 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그의 신조는 “인성이 좋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데뷔 10년이 넘어가면서 사람의 인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성격이 못된 친구들, 스태프한테 막 하는 사람들을 안 좋아해요. 어렸을 땐 그냥 지나갔던 일인데, 점점 나이들수록 그런 친구들을 다시 보게 돼요. 정말 인기 유무를 떠나서 인성이 못 된 사람은 오래 가기 힘들어요. 지금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들통나게 돼 있지 않나요. 늦게 데뷔해서 그런지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저도 더 노력해야겠지만 대단한 가수 혹은 배우보단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