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日-EU EPA' 타결 임박…자동차·수송기 분야 수출전선 비상

전세계 GDP 27.8%·교역 35.8% 무관세 경제블록 형성

대부분 산업 타격…한국 GDP 감소효과 年 0.04% 달해

전기차 기술력 뒤처져…2025년엔 완성차 시장 뺏길 판

일본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연대협정(EPA)이 이르면 다음주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한·EU FTA 체결로 유럽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려오던 우리 기업의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분야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기술이 일본에 뒤처진 탓에 오는 2025년 이후에는 시장을 완전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16A08 일본-EU FTA 타결 후 한국경제 업종별 영향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통상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EU와 일본은 EPA 협상의 막바지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원칙적 합의에 접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상 타결발표 시점으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시기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일·EU EPA 협상 타결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EU FTA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한·EU FTA 발효 이후 6년 동안 EU 시장에서 FTA 선점 효과를 누렸던 자동차 등 한국 수출상품들의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과 EU의 EP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7.8%, 무역 총액의 35.8%를 아우르는 무관세 경제블록이 형성된다. 이는 EU가 체결한 FTA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와 관련, EU는 일본과의 FTA 체결로 양측 간 무역규모가 3분의1 정도 증가해 EU에는 0.8%, 일본에는 0.3%의 GDP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EU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수출 증가는 대부분의 주력 품목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송백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본과 EU의 FTA가 타결되면 우리나라의 GDP 감소 효과는 연간 0.04%인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명목 GDP가 1,637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6,55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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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생산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데 자동차와 수송기기 분야의 타격이 컸다. 자동차는 0.30%, 기타 수송기기는 0.42%의 생산이 줄 것으로 예측됐다. 농산품 분야에서도 육류가 0.12%, 곡물은 0.1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송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 비해 품질 등 비교우위를 확보한 기계·금속 등에서는 수출이 되레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의 고민은 크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차가 한·EU FTA로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일본 차가 관세 혜택을 입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품질 면에서 인정받고 있는 일본 차의 판매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성차의 관세 철폐는 시간을 벌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자동차에 붙는 10%의 관세 시한을 5년, EU는 6년으로 두고 막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5~6년간은 자동차 시장에서 선점 효과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전문가들은 유럽 시장에서 2025~2030년께 휘발유나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전기차 등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은 일본에 한참 뒤져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시장에서 늦어도 2030년이 되면 내연기관의 시대가 끝나는데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크다. 일본은 연간 28조원을 기술개발(R&D)에 쓰는데 우리는 7조5,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선점 효과를 공고화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연구개발에 재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박홍용기자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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