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의 올림피아필즈CC(파71·6,588야드)에서 개막하는 KPMG 여자 PGA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은 여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다. 156명의 출전자 명단에는 세계랭킹 톱20 중 19명이 포함돼 있다. ‘호화판 출연진’ 가운데서도 ‘주연급’은 한국 선수들이라는 점은 메이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번 시즌 16개 대회에서 8승을 합작한 한국군단에는 메이저 강자들이 많다.
역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유소연(27·메디힐)이다. 유소연은 지난 26일 끝난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하며 꿈에 그리던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1인자’ 신분으로 치르는 첫 대회가 메이저라는 점이 흥미롭다. 유소연은 올 4월 초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터라 여자 PGA챔피언십은 메이저 2연승 도전 무대다.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직후 “메이저 2연승에 도전하겠다.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꿈도 좀 더 명확하게 꾸게 됐다”며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2011년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유소연은 이번주 여자 PGA챔피언십의 트로피를 챙기면 그랜드슬램에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된다. 5대 메이저 체제로 운영하는 LPGA 투어는 4개 메이저를 석권하면 커리어(통산)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유소연의 2연승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성적에 비해 거의 유일한 약점이던 퍼트를 크게 보완한 게 이유다. 지난달 연속 컷 통과 행진이 64개 대회로 아쉽게 중단된 뒤 휴식을 취한 2주 동안 이안 베이커 핀치 코치로부터 퍼트 교습을 받았다. 아칸소 챔피언십 최종일엔 5타 차의 여유 때문인지 예리함이 덜했지만 2라운드에서 단 25차례 퍼트로 10언더파를 몰아쳤다. 휴식으로 체력을 충전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유소연의 가장 강력한 우승 경쟁자는 공교롭게도 가장 절친한 선배인 박인비(29·KB금융그룹)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에서만 통산 7승을 차지한 메이저 사냥꾼이자 그랜드슬래머다. 현역 선수로는 베테랑 캐리 웹(호주)과 메이저 최다승 공동 선두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잠시 목표의식을 잃기도 했던 박인비는 “메이저 승수 쌓기”라는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원조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퇴)의 10승을 넘겠다는 의미였다. 특히 박인비는 2014년까지 LPGA 챔피언십이라는 명칭으로 열린 이 대회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연패하며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 대회로만 보면 1승을 보탤 경우 4승으로 박세리, 소렌스탐(이상 3승)을 추월하게 된다.
전인지(23)도 메이저 사냥능력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LPGA 투어 통산 2승을 모두 메이저(2015년 US 여자오픈,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올렸고 한국과 일본 메이저대회도 각각 3회와 2회 제패했다. 박인비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리는 전인지와 유소연의 경쟁도 볼만해졌다. ‘슈퍼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3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두 번 우승 경쟁을 펼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전인지와 박성현의 각오는 남다르다. 올해 1승씩이 있는 양희영·김인경·김세영·이미림, 그리고 초청선수로 모처럼 미국 대회에 출전하는 신지애(29)도 우승 후보로 손색없다. 신지애는 메이저 2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11승을 올린 뒤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한국군단의 경계 대상으로는 최근 잠깐 세계 1위에 올랐던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85주간 1인자 자리를 지키다 3위로 밀린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20), 디펜딩 챔피언 브룩 헨더슨(캐나다), 렉시 톰프슨(미국) 등이 꼽힌다. 특히 ANA 인스퍼레이션스에서 ‘4벌타’ 악몽으로 준우승했던 톰프슨은 최근 출전한 7개 대회에서 5차례나 공동 2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 현지 베팅업체들로부터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선수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