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S-story]재화냐 화폐냐…비트코인 과세 '샅바싸움'

세무당국

韓 청장후보자 재화로 인식

"가상화폐 거래 과세할 것"

금융당국

통화의 시각에서 접근 우세

"본질 규명 작업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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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cryptocurrency) 정책을 만들기 위해 금융 당국과 세무 당국의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의 본질이 통화냐 재화냐를 놓고서다.


발단은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비트코인 거래 시 소비세 과세 대상으로 취급하겠다는 취지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한 후보자는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통해 “비트코인이 탈세와 범죄의 도구가 될 수 있어 선진국들은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용역으로 분류해 소비세 과세의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면세거래로 취급 중”이라고 지적하자 “전적으로 동의한다.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비트코인을 일반 상품 같은 재화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화폐에는 과세가 불가능하므로 세금을 매기는 순간 비트코인은 재화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상통화 제도화 TF’를 꾸려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의 본질을 규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다만 TF 참여기관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한국은행·기획재정부 등 금융 분야 기관이 중심인 만큼 가상화폐를 재화가 아닌 통화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재화로 볼 경우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며 “신용카드 구매가 가능한지, 이를 이용한 금융상품은 가능한지, 무엇보다 거래 시 세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재화로 규정할 경우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에는 세금이 붙게 된다. 국세청이 거래 차익에 과세하는 기반을 얻어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익명성이 기반인 비트코인의 특성상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등 여러 기술적인 수단을 동원해 거래 정보를 감출 경우 실효성 있는 과세가 가능할지는 풀어야 할 과제다.


“재화땐 투기 억제 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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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인플레이션 부를수도”



아울러 ATM에서 가상통화를 환전할 경우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 가상화폐를 통해 물건을 살 경우 물물교환인지 구매인지 등을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준영 산업은행 미래전략개발부 차장은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썼을 때 이는 사실상 물물교환이 된다”며 “이에 구매자와 판매자 양측이 세금을 10%씩 내면서 그만큼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면세를 할 경우 다른 재화 또는 같은 비트코인 간 과세 형평성 문제도 일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재화로 판단할 경우 국경을 넘은 가상화폐의 이동을 어떤 근거로 통제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화폐의 성격이라면 외국환거래법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재화의 이동은 사실상 무역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달리 가상화폐를 통화로 보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커 화폐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많다. 또 관련 사업자에게 금융기관 수준의 통제가 가해져 새로운 혁신 서비스 도입이 어려워진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경우 그동안 가상통화를 재화로 보고 8%의 소비세를 부과하다가 지난 4월 법 개정으로 과세를 중지하고 지급결제 수단으로 규정했다. 스위스의 경우 비트코인 거래를 외환 거래와 동일하게 보고 별도의 과세나 추가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무 당국이 정부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이상 금융 당국뿐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 논의가 오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투기 현상에 집중하기보다 블록체인의 산업적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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